"전 한국인이니까. 제가 어릴 때 미국에서 자랐어도 K팝을 들었어요. 그땐 놀림을 당했는데 오스카에서 K팝 무대를 하다니, 눈물이 나왔어요."
1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CGV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아카데미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재가 한 말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케이팝 슈퍼스타인 '루미', '미라', '조이'가 화려한 무대 뒤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 중독성 강한 OST와 한국 고유의 문화가 녹아 있는 디테일, 그리고 '케이팝 퇴마 액션'이라는 독창적인 장르로 전 세계에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제53회 애니상 최우수 애니메이션상과 감독상부터 제31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 제68회 그래미 어워드 OST상까지 주요 시상식을 휩쓸며 수상 레이스를 이어온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이번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번 간담회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총연출을 맡은 매기 강 감독과 공동 연출자 크리스 애플한스 감독,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OST 'Golden'의 작곡가이자 가수 EJAE(이재), 'How It's Done', 'Your Idol' 등 큰 사랑을 받은 OST들의 공동 작곡가이자 더블랙레이블 프로듀서 IDO(이유한, 곽중규, 남희동)가 참석해 아카데미 시상식 비하인드부터 작품에 대한 다양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재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제가를 만들고 부르며 미국 빌보드 차트 정상에도 올랐다. 더불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국악을 접목한 축하무대로도 찬사를 받았다. 극 중 걸그룹 헌트릭스의 노래를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와 함께 선보였는데, 오스카에서 펼쳐지는 첫 K팝 공연으로 한국 전통 악기 연주와 무용을 결합한 퓨전 무대에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흥미로운 눈빛을 보내 눈길을 끌었다. 유명 배우들이 한국식으로 응원봉을 흔드는 장면 역시 장관이었다는 평이다.
이재는 "이런 큰 자리에 한국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고 감동이었다"며 "올라오기 전부터 판소리가 나올 때부터 자신감이 솟아오르고 너무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우들이 응원봉을 흔드는 걸 그땐 못 보고 끝나서 봤는데 너무 신기했다"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응원봉을 들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엠마 스톤도 K팝을 정말 좋아하시고, 역시 'K의 힘이구나' 싶었다"고 했다.
매기 강 감독 역시 한국 사람들에게 영광을 돌린 감동적인 수상 소감에 대해 "제가 어릴 땐 한국만의, 우리만의 프로젝트가 없다고 느꼈다"며 "그래서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포라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오해가 있지 않나 싶다. '온전히 한국인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사는 건데, 양 문화권에 속해 있기에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나 이재 씨와 같은 사람들을 대변하고 싶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지 않았어도 '한국인'이 아닌 게 아니다. 전혀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고 했다.
이재 역시 "저 역시 반은 미국에서, 반은 한국에서 살았다"며 "미국에서 K팝을 들을 땐 놀림받았는데, 오스카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순간 눈물도 나고 자랑스러웠다. 그걸 위한 상이지 않았나 싶다"고 남다른 심정을 전했다.
하지만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홀대 논란도 불거졌다. 시상식 무대에 오른 수상자들에게 충분한 소감 발언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것.
이를 두고 미국의 매체 페이지식스도 "이재가 감동적인 감사를 전한 뒤 다른 출연진이 기여하기 전에 컷오프(제한 시간) 음악이 시작됐다"고 꼬집었다. 미국 CNN 역시 "오스카는 K팝을 그렇게 무시하면 안 된다"며 "K팝 팬들을 분노하게 할 무례한 장면이 연출됐다"고 지적했다.
소감을 말하려는 순간 퇴장을 알리는 배경음악 때문에 발언을 하지 못했던 이유한은 "모두의 가족들과 우리 더블랙레이블과 스태프들에게 수고했고 고마웠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며 "못했지만 영광스럽고 즐거웠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남희동도 "유한이와 상의해서 나온 내용이었다"며 "저는 구경하는 입장에서 그냥 그 상황이 즐거웠다. 예상치 못한 일들을 구경하고, 단상 위에 올라가서 많은 배우를 구경하는 순간 자체가 영광이었다"고 전했다. 곽중규 역시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연출을 맡은 매기 강 감독은 "누가 수상 소감을 말할지 가위바위보로 정했다"고 폭로했고, 이유한은 "제가 이겼고, 골든글로브도 제가 가위바위보를 이겨서 가게 된 것"이라고 후일담을 전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기록적인 흥행과 함께 시즌2 제작도 결정됐다.
크리스 감독은 "우리 영화는 팬들과의 관계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며 "시즌2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를 사랑해준 팬들을 놀라게 해주고, 한계를 뛰어넘고 싶다. 한국을 기반으로 해나가고자 한다. 그게 캐릭터이든, 이야기 속에서 펼쳐지는 배경이든 한국적인 것을 기반에 두고 새로운 규칙을 깨나가면서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적인 부분에 대해 "루미는 한계를 경험하고 이겨내는데, 한국인들은 많은 것을 겪어내고 그걸 이겨내며 살아왔다"며 "이 부분에 대해 전하고 싶다"고 소개했다.
또 "예산을 집행하는 데 아주 큰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며 "캐릭터를 써 나갈 때 그 일을 해나가고 가능한 가장 멋진 볼거리와 이야기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진행한다"고 전하며 호기심을 자아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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