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환(1978∼ )
“나는 애인도 없고 새 옷을 사서 따듯한 겨울을 보내려던 것뿐인데” 일들이 일어난다. 우리가 무심함으로 무장한 사이에 누군가는 “털이 다 깎이고 군데군데 찢어진 상처”를 입는다. 우리가 100% 캐시미어로 만든 가볍고 따뜻한 스웨터를 입고 겨울을 보내는 사이에 누군가는 “땀이 흐르는 한여름 속”에서 노동을 한다. 시인은 ‘캐시미어 100’이 “히말라야에서 온 난민”으로 변모하는 순간을 그저 보여준다. 그의 집으로 찾아온(배달된) 염소는 “삐쩍 곯은 염소”에서 핫초코를 마시며 식탁에서 조는 생명체가 된다. 화자가 염소에게 자기 공간을 내주는 순간 그는 사람과 동등해진다. 왜 아니겠는가. 내가 가진 캐시미어 100% 스웨터가 몸을 가진 염소의 모습으로 옷장 문을 열고 나오는 장면을 상상한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문제는 지금도 우리들의 스웨터가 “남쪽 섬에서 짜이는 중”이라는 것.박연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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