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츄(CHUU)가 진솔한 감정을 한가득 담아낸 앨범으로 돌아왔다.
츄는 2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 모처에서 세 번째 미니앨범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Only cry in the rain)' 발매 기념 미디어 청음회를 개최했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츄가 직접 신곡에 대해 소개하고 취재진의 질문에 세세하게 답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츄가 신보를 발매하는 건 지난해 6월 '스트로베리 러쉬(Strawberry Rush)'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츄는 "그동안 투어도 다녀오고, 드라마 촬영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이번 앨범을 통해서 성숙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컴백 소감을 밝혔다.
"앨범을 빨리 들려드리고 싶다"며 환하게 웃은 그는 "(컴백을 앞두고) 너무 긴장되더라.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이번 앨범에 애착이 크다. 설렘과 긴장이 동시에 온다"고 털어놨다.
이번 앨범은 흐르는 것들과 머무는 것들, 그리고 다시 나아가는 청춘이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풀어냈다. '기억'과 '감정'이라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마주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누구에게나 있는 흐릿한 기억과 그 안에 남은 선명한 감정들, 그리고 다시 일상을 걸어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츄 특유의 따뜻한 감성으로 담아냈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을 비롯해 '백 인 타운(Back in Town)', '키스 어 키티(Kiss a Kitty)', '쥬뗌므(Je t'aime)', '노 모어(No More)'까지 총 5곡이 수록됐다.
츄는 앨범에 대해 "감정이라는 주제가 중심을 이룬다. 평소 감정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감정이라는 단어를 되게 좋아한다. 다양한 감정을 이번 앨범의 5곡 안에 녹여봤다. 이번 앨범은 감정의 기록과 기억의 흔들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뮤직비디오도 보면 누군가의 시점에서 내가 기억하는 것들, 흐려지는 기억 같은 시점이라 새로울 거다. 내가 가진 감정과 빗대어 비교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앨범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섯 곡을 다 빠짐없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부르는 순간도 행복했고, 가사도 와닿았다. 들려드리고 싶은 단어와 문장들이 가득 들어가 있어서 설렜다. 그런 기분을 전달해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타이틀곡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은 '비 오는 날만큼은 감정에 솔직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담아 청춘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뉴웨이브 기반의 몽환적인 신스팝 사운드와 츄의 감성적인 보컬이 조화를 이룬다.
곡과 관련해 츄는 "누구나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는 시기가 있지 않나. 힘들다고 툭, 화난다고 툭, 슬프다고 툭 내려놓을 수 있는 쉬운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는 그 마음을 담았다. 감정이라는 게 꺼내고 싶을 때 꺼내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닌, 비가 오는 날이나 나만의 장소에 있을 때처럼 집중할 수 있는 순간 등의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노래를 듣는 순간에는 감정을 꺼내도 된다고 말하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빗속에서 눈물을 흘리는 츄의 모습이 담긴 티저가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인간 비타민'으로 불리는 츄의 통통 튀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츄는 다양한 형태로 불쑥 찾아오는 여러 감정을 담은 이번 앨범을 위해 '슬픔'의 감정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그는 "25살까지만 해도 늘 밝았다. 서정적인 영화도 굳이 안 찾아봐도 될 정도였다. 내게서 차분함을 찾아보고 싶지 않았다. 늘 기분 좋고, 기분이 안 좋을 때도 덮어버리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내겐 차분함이나 감성적인 면이 없거나 적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름에 '비 우'가 들어가는 만큼 비를 몰고 다니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때마다 차분해지고 그 감성에 젖어서 콘텐츠를 찾아보는 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최근 가장 슬펐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묻자 대형 산불 사태를 언급했다. 츄는 "안동에 행사하러 갔을 때랑 산불이 겹쳐서 속상한 마음이 컸다. 슬펐다"고 털어놨다. 또 "평소에 드라마를 안 보는데 '폭싹 속았수다'에 감정이 자꾸 흔들리더라. 내게 슬픈 감정을 불러일으켜 준 소중한 드라마였다.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다"고 전했다.
감정을 표현하는 매개체로 '비'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언제 올지 모르는데 갑자기 와버리는 감정들이 있지 않나. 그런 게 비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소나기, 혹은 폭풍이 될 수도 있는 비구름과 같은 감정을 느낄 것 같았다. 내가 마음먹는다고 해소할 수 있는 것들과 달리 나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점이 닮아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이 단순히 슬픈 곡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츄는 "익숙한 제 이미지와는 상반되게 차분해 보일 수 있는데, 비나 울음이 결코 슬프거나 다크한 데에만 머물러있지는 않는 이미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팬분들이 내게 비타민이나 햇살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기까지도 그런 감정들을 거쳤기 때문에 맑음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거라 생각한다. 비가 와서 우울하고 감정이 처진다기보다는 '비가 오면 그 후에 하늘은 더 맑겠지. 그럼 내가 하고 싶은 걸 더 할 수 있을 거야'라고 해석된다. 처음에 들으면 슬프고 차분한 감정을 노래하는 앨범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계속 듣다 보면 무언가를 딛고 일어설 수 있다고 다독여주는 듯한 따뜻함이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퍼포먼스도 준비했다. 츄는 "마냥 슬프게 느껴지는 곡이 아닌, 내가 처한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 매번 다르게 들리는 곡"이라면서 "즐겁고 신나게 안무를 배웠다. 벌스, 코러스, 브릿지 등 형식적으로 나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뮤지컬을 보는 것처럼 재미있게 표현했다. 8명의 댄서가 함께하는데, 다들 나와 또 다른 나를 연기한다. 여기에 주목하면 재미있는 포인트가 많다"고 귀띔했다.
츄는 솔로 활동에서 유독 감정을 다루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해 왔다. 높아지는 앨범의 완성도만큼이나 스스로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는 츄였다. 그는 "예전에는 곡의 멜로디나 분위기를 먼저 봤는데, 이번 앨범은 감정을 주제로 다뤄서인지 깊이 생각하게 되고, 중점을 두는 부분이 달라졌더라.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이 곡을 듣고 어떤 마음이 느껴졌으면 좋겠는지를 자꾸 생각하는 나를 보면서 노래를 대하는 태도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술적으로 잘하고 예뻐 보이는 것보다는 음악이 진심이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는 매개체로 중요한 수단이라고 느끼게 됐다. 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그 깊이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됐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츄는 "이번 앨범이 사랑하는 소중한 곡이 늘어나는 거지 않나. 무대 위에서나 아래에서나 팬분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한다. 더 다양하고 폭넓은 공연으로 팬들을 만나고 싶다는 게 큰 목표"라고 말했다.
츄의 미니 3집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은 이날 오후 6시에 발매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