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눈물로 끝난 '5G'의 도전…4년마다 마주하는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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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간 19일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컬링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라운드로빈 한국과 캐나다의 경기에서 7-10으로 패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아쉬워하고 있다. 

"Have Fun" 마음껏 즐기자고 외치던 선수들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4년 전, '팀 킴'에게도, 그리고 오늘 '5G'에게도. 한국 컬링엔 딱 1승이 부족했다. 2014년 소치 대회부터 12년. 오랜 '라이벌'의 고군분투를 중계하던 김은정과 김영미는 목이 메었다. "이 팀이 얼마나 올림픽에 오고 싶었는지를 옆에서 봤기 때문에... 올림픽은 정말 잔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로 그랬다. 언제나 '꺄르르' 웃기만 하던 소녀들은 코치박스 뒤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고, 애써 숨기려는 그 모습을 카메라는 잔인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 선수들의 기량과 노력을 알기에 너무나도 분한 결과다. 5G로 불리는 경기도청은 한국 컬링 사상 첫 그랜드슬램 우승팀이자 세계 랭킹 3위의 강호다. 예선을 복기하면 상대 전적에서 7승 2패로 압도하며, 지난해 범대륙선수권 3-4위전에서 꺾었던 미국의 팀 피터슨에 졌던 1차전(4대 8), 세계선수권 등 국제 대회에서 한 번도 진 적 없던 덴마크의 팀 듀퐁과의 4차전(3대 6) 패배가 뼈아팠다. 둘 중 하나만 잡았어도... 12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오른 스킵 김은지는 "제가 부족했다"고 말했지만, 그렇지 않다. 확실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현지 시간 14일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컬링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라운드로빈 한국과 덴마크의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엔드를 내준 뒤 서로 격려하고 있다.

시간을 돌리고 싶은 순간이 많다. 먼저, 올림픽 개막 딱 열흘 전. 선수들은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이었다. 정확히는 선수들'만' 훈련 중이었다. 지도자도, 훈련 파트너도 없었다. 얼음 위엔 딱 5명뿐. 한 선수는 조심스레 "제일 중요한 시기에..."라며 말을 삼켰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여름, 관례대로 국가대표 선발전 우승팀의 지도자를 대표팀 지도자로 선임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대한컬링연맹은 신동호 경기도청 감독이 관용 차량을 사유화했다는 의혹 등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며 선임을 미뤘다. 신 감독은 배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지난해 11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연맹은 이후 스포츠공정위를 열어 신 감독에게 '견책'의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 그리고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국가대표 지도자 선임 공고를 다시 냈다.

선수들은 이제라도 지도자가 돌아올 거라 믿었지만 행정은 더디게만 진행됐다. 연맹은 뒤늦게 신 감독을 대표팀 지도자로 승인해달라고 대한체육회에 요청했다. 체육회는 "앞서 스포츠윤리센터가 경기도체육회에 요청한 신 감독에 대한 징계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판단을 보류했다. 이에 다시 경기도체육회가 인사위원회를 열어 견책보다 가벼운 '경고' 처분하고, 체육회에 재차 감독 선임을 요청하기까지. 시간은 야속하게만 흘러갔다. 결국 등록 시한을 넘긴 신 감독은 지난 11년간 지도해 온 선수들을, 가장 중요한 올림픽 무대에서 지도하지 못했다.

첫 번째 잘못은 당연히 신 감독에게 있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자신부터 더욱 철저히 관리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속이 뒤집어진다. 신 감독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집요하게 방해한 인물은 전 경기도 컬링연맹 회장 A 씨다. 지난해, 자신의 후임을 뽑는 회장 선거에서 신 감독 등 지역 지도자들이 '배신'했다는 게 이유였다.

여자 컬링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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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대한컬링연맹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대표팀 총감독' 자리를 신설하고, 과거 성추행 등으로 징계를 받은 지도자를 선임하려다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

스포츠윤리센터 운영의 허점도 드러났다. 현재 윤리센터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최초 의혹을 제기한 신고인뿐이다. 윤리센터로부터 징계요구를 받은 피신고인은 억울해도, 심지어 사법기관으로부터 죄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받아도 재심을 청구할 수 없다. 체육계에서 "스포츠윤리센터가 사법기관에 앞서 체육인에게 사형 선고를 내릴 우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 컬링의 네 차례 올림픽은 늘 눈물로 끝났다. 2014년 사상 처음 올림픽 무대에 오른 경기도청 선수들은 '컬스데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컬링을 알리는 데 앞장섰지만, 이후 지도자의 성추행 파문이 확산하며 팀이 산산조각 났다. 4년 뒤 평창에선 '팀 킴'이 아시아 최초의 은메달이란 역사를 쓰며 화려하게 떠올랐지만 역시 지도자들의 전횡이 드러나 큰 충격을 줬다. 지도자 일가의 유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되기까지 4년이 걸렸다. 그로부터 다시 4년. 지도자들, 행정을 한다는 어른들이 서로 발목을 잡는 사이 최선을 다한 선수들만 또 눈물을 쏟았다.

한국과 캐나다의 경기에서 7-10으로 패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하자 한국 설예은과 김민지가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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