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현대차의 중국시장 재도전에 놓인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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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현대차의 중국시장 재도전에 놓인 숙제

“2025년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중국 대반격이 시작됐다.”

26일 중국 인기 자동차 정보 플랫폼 ‘이처’에 이런 글이 올랐다. 현대자동차의 중국 전용 전기차 ‘일렉시오’를 소개하는 게시물에 담긴 내용이다. 현대차는 중국 합작사인 베이징자동차와 함께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게 개발한 첫 번째 전기차 일렉시오를 하반기에 내놓는다. 그러자 현지 자동차업계에선 “중국 시장을 포기한 줄 알았던 현대차가 재도전에 나선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현대차의 중국 전략이 바뀌었다는 건 최근 나온 몇몇 기사만 봐도 알 수 있다. 현대차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지난해 말 10억9600만달러(약 1조5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내놨다. 지난 2월에는 현대차 중국사업담당을 중국권역본부로 격상시켰다. 정의선 회장은 이달 초 7년 만에 중국 모터쇼가 열리는 상하이를 찾았다. 자금 확충, 조직 확대, 경영진 방문이 말해주는 메시지는 ‘중국시장 재건’이다.

중국 자동차의 약진으로 글로벌 메이커들의 ‘무덤’이 된 중국에 현대차가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해 3143만 대가 팔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데다 한때 현대차가 호령했던 나라여서다. 이런 황금시장을 내버려둔 채 글로벌 톱 메이커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계기만 있으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이런 결정에 한몫했다. 현대차그룹은 2002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후 2016년 글로벌 판매량(775만8000대)의 23%인 179만 대를 중국에서 판매했다. 하지만 이후 사드 보복, 현지 전략 실패 등이 맞물리며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실제 올 들어 재기의 발판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베이징현대의 올해 1분기 손실은 42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460억원)보다 1000억원 넘게 줄었다. 가동률이 떨어진 중국 공장을 매각하고, ‘중국에서 세계로’라는 전략을 세워 중국 공장 수출을 확대한 덕분이다. 베이징현대의 지난달(4월) 수출은 591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3.7% 급증했다.

하지만 중국 재도전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비야디(BYD) 등 토종 업체들의 실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고, 중국인들의 ‘애국소비’는 멈출 줄 모른다. 중국 사업을 키웠다가 기술을 빼앗길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중국법인이 수출을 늘리는 것을 경계하는 노조의 움직임도 현대차로선 부담이다.

어려운 시장이라고 중국을 버리는 건 최고가 되는 걸 포기하는 것이란 게 정 회장의 생각이라고 한다. 현대차가 모든 어려움을 딛고 중국에서 제2의 성공신화를 쓰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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