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와 12차례나 만났습니다. 그만큼 이 사안을 둘러싸고 이견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가 최근 기자에게 털어놓은 말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자동차손해배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일부 가입자와 의료기관의 과잉 진료로 인한 자동차보험 재정 누수 문제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의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개정안 시행은 거듭 늦어지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경상 환자 치료 기간이 8주를 넘으면 진료기록부 등 추가 서류를 제출받아 심의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6월 개정안을 내놓으며 시행 시점을 올해 1월로 잡았지만 한 차례 연기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이 보험업 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안을 예고하며 시행 시점을 3월 1일로 제시했지만 이 역시 예정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문제는 제도 도입이 늦어질수록 그 부담이 고스란히 전체 가입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한방 의료기관의 과잉 진료는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최근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한방 진료비는 1조6972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0년 전보다 다섯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양방 진료비가 7%가량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경상 환자(상해 12~14급) 관련 과잉 진료 문제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삼성·DB·현대·KB 등 4개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경상 환자 한방 치료비는 1조961억원으로 집계됐다. 양방 치료비 2616억원의 4.2배에 달한다.
보험사들이 올해 초 자동차보험료를 1%대 올린 배경도 여기에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해 보험사들의 적자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7.5%로 전년보다 3.7%포인트 상승했다. 업계는 통상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을 80% 안팎으로 본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7080억원의 적자를 낸 보험사들이 5년 만에 보험료 인상에 나선 이유다. 일부 의료기관과 환자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2600만 명에 이르는 자동차보험 가입자 전체가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더 이상 제도 개선을 미룰 이유는 크지 않다. 일부 이해집단의 반발을 이유로 손질을 늦출수록 부담은 선의의 가입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과잉 진료로 인한 재정 누수를 줄이고 자동차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실효성 있는 관리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필요한 조치라면 지나치게 눈치를 보기보다 원칙에 따른 집행을 우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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