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지금이 중국産 전기차 공습을 막을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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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지금이 중국産 전기차 공습을 막을 골든타임

“미국은 들어갈 엄두도 못 내지, 유럽은 관세로 견제하지…. 중국산 전기차가 들어올 만한 대형 시장이 문턱이 낮은 한국밖에 더 있겠습니까.”

최근 기자와 만난 국내 대형 완성차의 한 임원은 중국산 전기차가 한국 공습에 열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올 상반기 중국산 전기차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6% 급증한 8억6003만달러(약 1조20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 네 대 중 중 한 대가 중국산이다. 수입 전기차로 범위를 좁히면 세 대 중 두 대가 중국산이다.

테슬라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들도 중국산에 덤덤한 반응이었다. 대부분 “중국산이건 미국산이건 품질에 문제가 없으면 무슨 상관이냐”고 답했다.

중국산 전기차가 늘어난 건 테슬라와 볼보, 폴스타 등이 과거와 달리 중국 공장에서 만든 차량을 국내에 들여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비야디(BYD)의 진출도 한몫했다. 저렴한 가격에 품질도 괜찮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BYD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는 올 상반기 수입 전기차 판매 4위에 올랐다.

유럽과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 장벽을 높인 만큼 중국산 전기차의 한국행(行)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BYD에 이어 지커와 샤오펑 등도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 공습에 국내 자동차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다른 나라처럼 국산 전기차에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일자리를 늘리고 투자를 확대해 만든 전기차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더 주지 않으면 중국산에 안방을 내줄 수 있다”며 “가격으로는 중국산을 이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무역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관세 인상이 어렵다면 나랏돈을 풀어서라도 국산차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산 전기차가 안방을 휩쓸면 그 후폭풍은 일반의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 국내 전기차 생태계가 무너지면 일자리도 사라지고, 세수도 줄어든다. 중국산 전기차가 1차 공습에 나선 지금, 국내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호소한다. 모든 일에는 ‘골든 타임’이 있다. 지금 국내 전기차 시장이 그런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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