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제2의 금양 사태'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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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제2의 금양 사태' 막으려면

“금양 임직원과 주주 모두 함께 합심해 몽골광산 재가동을 이뤄냅시다.”

지난달 31일 부산 사상구 금양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장에 붙은 현수막이다. 일부 주주는 ‘상장폐지 반대’ 머리띠를 두르고 주총장을 찾았다. 금양과 주주가 합심해 상장폐지를 막아보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주총 분위기는 이와 정반대로 흘러갔다. 여러 주주가 상장폐지 심사와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둘러싸고 항의했다.

금양에 대한 금융당국과 시장의 평가도 냉혹하다. 한국거래소는 다음달 ‘감사의견 거절’을 2년 연속 받은 금양의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신발 깔창과 장판 등에 쓰이는 발포제 사업을 하던 금양은 2020년부터 배터리로 사업 분야를 바꿔 2차전지 투자 열풍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사람은 ‘배터리 아저씨’라고 불린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다. 박씨는 각종 유튜브 채널 등에 출연해 차세대 배터리인 ‘46(높이 46㎜) 원통형 배터리’ 기술을 홍보했다. 박씨는 개인 팬카페가 생길 정도로 2차전지 테마에서 ‘개미들의 멘토’로 군림했고, 금양 주가는 2020~2023년 4000원대에서 19만원대로 50배 가까이 올랐다.

그러던 금양은 지난해 3월부터 주식매매 거래가 정지됐다. 2024년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 거절을 받으면서다. 주가는 고점 대비 95%가량 하락한 9900원이다. 회사 측이 제시한 장밋빛 청사진과 달리 수년간 적자가 쌓이며 유동성 위기 등을 겪은 데 따른 결과다.

박씨는 2차전지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이 부족하던 시기에 금양의 가치를 부풀리는 데 몰두했다. 2024년 금양은 이듬해 46 시리즈 대량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46 시리즈는 국내 배터리 3사가 아직도 대량 생산 수율을 잡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기술이다. 박씨를 맹신한 강성 주주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애널리스트는 2023년 5월 에코프로비엠에 처음으로 매도 의견을 낸 뒤 이들로부터 ‘공매도 세력의 부역자’라며 협박 전화와 악플, 조리돌림 등 십자포화를 받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금양의 기술 검증과 실적에 대한 객관적인 외부 평가가 이뤄질 수 없었다. 금양을 분석한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2022년 9월이 마지막이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어떤 산업이든 사이클에 따라 업황이 변화하는데 당시 분위기상 리스크를 제대로 거론하지 못했다”고 푸념했다. 금양 사태는 주식시장에 퍼진 무책임한 발언의 말로를 보여준다. 인플루언서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요동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제2의 금양은 또다시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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