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8시35분. 장민영 기업은행장이 서울 을지로 본점에 도착하자 노조원들이 건물 출입문을 가로막았다. 장 행장은 5분간 건물에 들어가려고 시도하다가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장 행장은 기업은행장으로 임명된 지 19일이 지나도록 노조 반발에 막혀 집무실로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 있던 노조원들은 “총액인건비제 예외에 대한 답을 가져올 때까지 오지 말라”고 소리쳤다. 총액인건비제는 공공기관이 사용할 인건비 총액의 연간 한도를 정해두는 제도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인건비 통제를 받는데 신임 행장이 이를 해결하라는 게 노조 측 요구다. 사실 인건비 해결을 위한 열쇠는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가 쥐고 있다. 재경부가 예산 가이드라인을 정하면 금융위가 경영평가로 이를 강제하는 구조다. 노조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노조는 ‘빈손 행장 물러가라’며 연일 정문을 막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가 신임 행장의 출근을 저지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중은행에 비해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게 근본적인 이유다. 특히 기업은행 직원은 빠듯한 인건비 총액 한도 때문에 초과근무를 하고도 수당 대신 휴가로 보상받고 있다. 그마저도 제때 쓰지 못해 쌓인 ‘미지급 수당’이 780억원에 달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총액인건비제에 따른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하는 등 노조 주장에 일부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신임 행장이 올 때마다 노조가 실력 행사에 나서는 건 볼썽사납다. 출근을 막아 세운다고 인건비 제도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협상의 실질 상대인 정부 태도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노조는 2020년에는 윤종원 신임 행장이 임명된 뒤 ‘낙하산 반대’를 내세우며 무려 27일이나 출근을 저지했다. 국책은행 노조가 사실상 ‘행장 출근 허가권’을 쥔 듯한 행동을 되풀이하면서 조직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는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경영 공백 속에 기업은행은 표류하고 있다. 지난 6일 열린 ‘전국 영업점장 회의’는 노조 눈치를 보느라 비대면으로 축소 진행됐다. 신임 행장이 전국 영업점장을 모아 놓고 한 해 전략을 짜야 할 핵심 행사가 사실상 파행한 것이다. 향후 5년간 300조원 규모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정책 과제 등도 모두 멈춰 서 있다.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과 첨단전략산업 육성 등을 강조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은행 역할이 중요해졌다. 특히 대규모 펀드 투자 등과 같은 결정은 실무자가 독단적으로 할 수 없어 경영 공백 해소가 시급하다. 노조만 이를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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