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제와서 의료업무 조정에 딴지 거는 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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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이제와서 의료업무 조정에 딴지 거는 의협

“대한의사협회는 대체 뭘 하다가 인제 와서 딴지를 거는지 모르겠네요.”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개정 보건의료기본법 시행을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보건복지부 산하에 ‘업무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업무조정위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보건의료 인력 간 업무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보건의료 인력 간 업무 범위가 불분명하고, 이를 조정하고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부재해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문제의식에 따라 신설이 결정됐다. 의협은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 통과 과정에서 “위원회 구성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이의 제기 의견서를 국회에 수차례 제출했다.

대표 발의자인 김윤 의원은 지난해 개정안을 처음 마련할 당시 전 보건의료 단체를 대상으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총 14개 보건의료 단체 중 의협만 의견을 내지 않았다. 그 결과 의협을 제외한 나머지 단체의 의견만 반영돼 최종 개정안이 마련됐다. 의협이 입법 과정에서 충분히 의견을 낼 기회가 있었는데도 가만히 있다가 법이 통과된 뒤 뒤늦게 반대에 나선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법안이 현실성이 떨어져 처음에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기자에게 해명했다.

의협은 위원회가 보건의료 인력 단체 추천 인사 20명 이상, 시민·소비자단체 추천 인사 10명 이상, 공무원 10명 이상 등을 포함해 50~100명 규모로 꾸려지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의료 현장을 모르는 인사들이 분쟁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법안 초기부터 의협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면 위원 구성은 조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의사협회 등 다른 보건의료단체들은 “업무조정위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반인들도 조정위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의정 갈등 사태 이후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이탈하면서 법 개정을 촉진시킨 측면도 있다.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진료지원간호사(PA간호사)들이 메꾸면서 직역 간 업무 조정 필요성이 커졌다. 의협은 이미 통과된 법안에 딴지를 걸 게 아니라 9월부터 복귀하는 전공의와 PA간호사 간 업무를 어떻게 분담할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의협 전 간부는 지난해 SNS에 PA간호사 제도 도입을 반기는 간호사협회를 향해 “건방진 것들, 그만 좀 나대라”고 적었다가 경찰에 고발됐다. 직역 간 업무 범위를 놓고 장외 난타전을 벌이기보다는 업무조정위에서 건설적인 토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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