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의료 공백 막는다더니…주먹구구였던 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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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의료 공백 막는다더니…주먹구구였던 복지부

“응급의료는 의사 한 명이 생사를 가르는 영역입니다.”

서울의 한 대형 병원 교수는 감사원이 28일 공개한 의료 공백 대책 감사 결과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집단 이탈로 발생한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2024년 3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군의관 2669명과 공보의 293명을 의료기관 109곳에 파견했다.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응급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비상진료 보완 대책’의 일환이었다.

문제는 인력이 ‘어디에 얼마나 필요한지’ 고려하지 않고 인력을 배치했다는 점이다. 파견 가능한 대체 인력은 의료기관 수요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했지만 당시 정부는 배정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일부 군의관이 희망하는 지역과 병원을 우선적으로 반영한 사실도 드러났다. 위기 상황에서 한정된 자원을 가장 필요한 곳에 집중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무너진 셈이다.

결과는 숫자로 드러났다. 내과 등 7개 주요 진료과를 기준으로 보면 650개 의료기관은 필요한 인력보다 총 1166명이 부족하게 배치된 반면 146개 기관은 161명이 초과 배치됐다. 주요 진료과를 포함한 전체 상황도 비슷했다. 338개 의료기관은 필요 인원보다 1713명 모자랐지만 43개 기관은 오히려 정원을 넘겨 인력을 배정받는 ‘미스매치’가 발생했다.

일례로 부산 인제대병원은 내과 전문의 2명을 요청했지만 단 한 명도 배치받지 못했다. 반면 같은 지역의 동아대병원은 1명을 요청하고도 5명을 배정받았다.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투입한다는 인력이 현장 상항과 전혀 동떨어진 방식으로 배치된 것이다.

당시는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여러 곳을 전전하다 일부는 사망에 이르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속출하던 시기다. 전공의가 집단 사직한 2024년 2월부터 6개월간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한 환자가 3136명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연도별 2∼7월 입원환자와 사망자 통계를 이용해 의료 공백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를 추산한 결과다.

이번 감사 결과는 정부의 비상진료 대책이 ‘숫자 채우기’식 임기응변에 그쳤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이번 감사 결과를 계기로 의료 비상 상황 발생 시 인력 운용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매뉴얼을 명확히 구축해야 한다. 지역 의료기관마다 수요와 긴급 상황을 반영한 배분 기준을 명문화하고, 현장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운영 체계를 함께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 총량만큼 중요한 것은 그 인력이 실제 필요한 곳에 제때 도달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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