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원화 코인 NDF 등장이 뼈아픈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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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원화 코인 NDF 등장이 뼈아픈 이유

“원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 크긴 하지만 미국에서 먼저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NDF를 낼 줄 몰랐습니다.”

미국 월가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원화 추종 파생상품이 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외환시장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역외 은행·브로커 중심 시장에서 이뤄지던 원화 거래가 이제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디지털 인프라로까지 옮겨갈 수 있는 점에서 시장도 적잖이 놀라는 분위기다.

그동안 국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과소평가됐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처럼 글로벌 결제 수단이 되기도 어렵고, 한국 안에선 이미 결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데 굳이 새로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국내에서 쓸모를 두고 따지는 사이, 해외에서 한 발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이다.

원화가 인도 루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NDF 거래가 활발한 통화라는 걸 고려하면 예상하기 어려운 일도 아니다. 원화는 해외에서 실물 거래에 제약이 있다 보니 NDF 시장이 크게 발달했다. 시장이 큰 만큼 이를 겨냥한 새로운 거래와 상품이 등장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문제는 이런 거래가 많아질수록 외환당국이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 상품이 기존 원화 NDF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기가 어렵다는 외환당국의 평가를 이해 못할 건 아니다. 해당 상품의 기초가 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KRWQ의 발행 잔액과 유동성이 아직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래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지금의 유동성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거래 자체는 쉽게 만들 수 있어도 정산 기준가격이 명확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시장이 되기 어렵다”는 외환당국 관계자의 지적도 시장에서는 걸림돌로 보지 않는다. 또 다른 외환시장 관계자는 “시장에서 이미 쓰는 기준가격(MAR)을 참조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만약 한국 안에 제도권이 관리하는 원화 코인과 관련 인프라가 먼저 나와 있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원화의 디지털 버전이 어떤 규칙 아래 유통되고, 어떤 시장과 연결될지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역외 법인이 원화 코인을 먼저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거래 구조까지 앞서 짜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 원화 코인 발행 주체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소유 등을 둘러싼 논쟁으로 제도화가 지연되는 사이 원화의 디지털 거래 질서가 해외에서 더 빨리 만들어지기 시작한 점은 뼈아프다. 스테이블코인 등장 이후 통화 주권과 외환시장 안정은 외면한 채 이해관계 조정에 매달려온 결과다. 이제라도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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