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민원 호소 창구'된 대통령 타운홀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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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민원 호소 창구'된 대통령 타운홀미팅

이재명 대통령이 벤치마킹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70~80%에 이른다. 작년 10월 당선 직후 60%대였던 지지율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취임 후 매일 아침 대국민 브리핑인 ‘라스 마냐네라스’를 하고 비정기로 지방을 순회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과 수치 중심의 정제된 단어로 국정 운영 방향을 국민에게 담담하게 밝히는 점도 호평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셰인바움 대통령을 만나 높은 지지율의 비결을 묻기도 했다.

이 대통령 역시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취임 30일 내 광주, 대전 등을 찾아 두 차례 ‘타운홀 미팅’을 연 게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찾은 광주에서 군공항 이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광주 군공항 이전 전담팀(TF)’ 설치를 결정했다. 해묵은 광주 지역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일 대전에선 선착순으로 입장한 주민 300여 명과 2시간30여분 동안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듣고 악성 채무 해소 방안, 과학기술 발전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현장 발언을 메모하고 즉석에서 해결책을 지시하며 평소 강조해온 ‘수요자 중심 행정’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두 차례 이뤄진 타운홀 미팅 과정에서 ‘옥에 티’도 나타났다. 꽤 많은 시간이 개인의 고충과 민원을 언급하는 데 쓰인 것이다. 광주에선 ‘섬에 다리를 놔달라’ 같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해결해야 할 민원이 제기됐다. 대전 타운홀 미팅에선 재건축에 따른 명도 이전, 고용 안정성 및 처우 개선, 충주시 발전소 건립과 지역 폐기물센터 신설 문제 등을 해결해 달라는 시민의 민원도 나왔다. 이 대통령마저 “이렇게 개인적 이해관계를 말하면 바쁜 시간 내서 다닐 가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할 정도였다.

특히 대전 타운홀 미팅은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는 과학기술을 증진하기 위해 대통령실과 현장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댔다는 점에서 관심도가 높았다. 하지만 이날 발언한 20여 명의 시민 중 과학기술 정책을 진지하게 논의한 건 두 명뿐이었다. 과학계에선 국가 연구개발(R&D) 경쟁력 약화, 과학기술 인재 유출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지방 밀착 행정을 위해 영남과 강원, 제주, 경기·인천, 수도권 등에서도 타운홀 미팅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의 소통 행보가 민원 창구를 넘어 보다 효율적인 국정 운영과 정책 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대통령실은 타운홀 미팅 진행 방식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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