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지난 2년 동안 추진해온 정책 라인 조직개편을 보류했다. 물가·고용 등을 총괄하는 ‘민생경제국’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였는데, 지난 28일 한국경제신문 보도로 해당 내용이 알려지자 돌연 계획을 틀었다. 기재부는 “내부적으로 오래전부터 검토해 왔으나,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당분간 보류한다”고 설명했다.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조직개편에 나서는 게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가 신설하려고 한 민생경제국은 말 그대로 물가·고용 등 민생과 밀접한 사안을 모아 집중 관리하는 조직이다. 내수 침체로 고용시장 한파가 이어지는데 체감 물가는 계속 올라 정부가 종합적인 시각을 갖고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번 개편안에는 그동안 고용 문제를 다뤄온 경제구조개혁국을 해체하고, 이 국에서 함께 담당하던 연금·복지·청년 이슈를 미래전략국으로 이관하는 안도 담겨 있었다. 이 역시 합리적인 안으로 평가됐다. 저출생 고령화로 복지 수요가 늘면서 재정 부담이 급증하고, 청년 세대와 기성세대 간 갈등이 분출하는 상황에서 긴 호흡으로 자원을 배분하고 재정을 관리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다.
기재부는 이 같은 조직개편의 필요성을 2년여 전부터 인지하고 안을 짜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두 달 전 개편안을 확정해 행정안전부와 논의를 시작했다. 문제는 시기였다.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6월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되자 기재부 내에서도 ‘이 시점에 굳이 조직개편을 해야 하냐’는 시각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필요한 개편안인 만큼 행안부와 협의를 이어 왔지만, 보도가 나오자 결국 계획을 접었다.
이런 결정에 기재부 내부에서도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민생을 위한 조직개편이라면 정치 상황과 상관없이 추진하는 게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방법이라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 주장대로 기재부 기능을 분리하더라도 민생경제국은 필요한 조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민생경제국 신설은 2년 전부터 논의된 아이디어”라며 “이왕 칼을 뽑았으면 끝까지 추진하는 것이 정치권 ‘눈치 보기’라는 오명을 피하는 길”이라고 했다.
실무진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기재부 과장은 “한국 경제의 역성장이 현실화된 이상 물가와 고용을 따로 관리하는 조직은 대선과 관계없이 필요하다”며 “근무 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조직개편이라는 기대가 많았는데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경제를 총괄하는 기재부가 민생을 챙기는 데 방점이 찍힌 조직개편조차 정치 때문에 보류하는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