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모처럼 아기 울음소리…국회, 우물쭈물 할 겨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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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모처럼 아기 울음소리…국회, 우물쭈물 할 겨를 없다

“지금 무렵이면 인구전략기획부가 출범해 있을 줄 알았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 고위 관계자는 6일 “지난해 총선 당시 여야가 모두 공약으로 제안한 인구부 조직 신설 논의가 실종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해 7월 인구부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여당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법안에 반대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앞서 그해 4월 총선에선 인구 부처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정부 안팎의 기대는 컸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작년 말 통과되면 3개월간 설립 준비 기간을 거쳐 지금쯤 인구부가 운영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저출산위 예산은 전액 깎였다. 지난해 정부가 9월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당시 인구부로 관련 예산을 전액 배정했기 때문이다. 저출산위 고위 관계자는 “인구부 출범이 무산된 결과 올해 저출산위 예산이 한 푼도 없다”며 “예비비로 일부 예산을 보전받아 쓰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국회의 인구부 설립은 ‘올스톱’ 상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8개월째 상임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표류하고 있다. 작년 말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후엔 법안 논의 자체가 사라졌다. 저출산위는 현재 부족한 인건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른 부처에 손을 벌리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출산·육아와 관련된 연구 용역, 정책 광고, 토론회 등 저출생 관련 정책은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저출생 문제를 국가 비상사태로 선언한 것이 무색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합계출산율이 9년 만에 오름세로 전환됐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출생률이 반등할 수 있는 모멘텀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해 70만 명씩 태어나던 1991~1995년생이 본격적으로 아이를 낳기 시작한 지금이 출산율 반등의 ‘골든타임’이라는 설명이다. 결혼·임신·출산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1~2월간 보건복지부에 난소기능검사 등 가임력 검사비 지원을 신청한 사람은 9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기준(13만 명) 70%에 달하는 사람이 지난 두 달간 벌써 가임력 검사를 받은 셈이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인구정책의 정당성과 권위를 높이기 위해 인구부 설립과는 별도로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위를 지속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전했다.

출산율 제고가 국가적 과제라는 데 동의한다면 저출산위 조직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9년 만에 겨우 커진 아기 울음소리를 국회와 정부가 꺼지게 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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