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K웨이브 시대…IP 보호 경계선 설정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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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K웨이브 시대…IP 보호 경계선 설정 시급하다

“K브랜드의 부흥기에 지식재산권(IP) 보호가 과연 비료일지, 농약일지 고민이 많습니다.”

지난 13일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연 ‘미투(Me-too) 제품 실태 파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나온 얘기다. 유통업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미투 제품 문제를 한마디로 요약한 문장이다. 미투 관행은 원조 브랜드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뿐 아니라 업계 전체의 성장을 저해하는 만큼 IP 보호라는 비료를 뿌려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동시에 너무 강한 통제는 시장 경쟁을 억제하고 산업 전체의 파이가 커지는 걸 막는 농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식재산처는 미투 제품을 소위 말하는 ‘짝퉁’(위조)과는 달리 본다. 짝퉁은 원조 브랜드의 외관부터 상표권까지 그대로 베낀 모조품을 말한다. 미투는 원조로 쉽게 오인될 수 있는 외관을 갖췄음에도 별도의 브랜드명을 사용해 다른 제품임을 표방한 경우다. 원조 브랜드가 시장에서 이미 확보한 인지도에 편승하는 동시에 IP 관련 법적 책임은 교묘히 피해 간 사례인 셈이다. 최근 들어선 ‘듀프(Dupe·복제)’라는 말로 포장돼 또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미투, 듀프는 고물가 시대 극단적으로 양극화하는 소비 흐름의 거대한 축이 됐다. ‘저렴이’라고 불리는 복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고 ‘힙하다’(트렌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제는 레퍼런스의 영역을 아예 벗어난 ‘데드카피(dead copy)’다. 13개월에 걸쳐 개발한 제품이 단 한 달 만에 복제돼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면 어떨까. 이에 고무된 제2, 제3의 복제품이 계속해서 양산되면 원조가 쌓아 올린 브랜드 가치마저 뒤흔들게 된다. 젠틀몬스터가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미쳤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일은 시도조차 하지 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브랜딩에 목숨을 건다. 매장 내 아이웨어 모델명을 적는 손가락 크기의 오브제까지 직접 디자인했고, 이런 디테일을 인정받아 구글의 파트너가 됐다. 데드카피 혐의로 피소된 블루엘리펀트 측은 “젠틀몬스터가 열어 놓은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에게 농약(과도한 규제)을 쳐서 성장을 가로막아야 하겠느냐”고 항변한다.

패션·푸드·뷰티를 막론하고 K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으로 급속히 영토를 확장 중인 지금 기업들이 소송전에 휘말려 경쟁력을 소모해서는 곤란하다. K브랜드의 창의성을 지키는 ‘IP 보호’와 시장의 활력을 살리는 ‘산업 성장’이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하루빨리 합리적인 경계선을 설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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