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에 미장원엘 가서
머리 좀 다듬어 주세요, 말한다는 게
머리 좀 쓰다듬어 주세요, 말해 버렸는데
왜 나 대신 미용사가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잡지를 펼치니 행복 취급하는 사람들만 가득합니다그 위험물 없이도 나는
여전히 나를 살아 있다고 간주하지만
당신의 세계는
어떤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오래도록 바라보는 바다를 취급하는지
여부를 물었으나
소포는 오지 않고
내 마음속 치욕과 앙금이 많은 것도 재밌어서
나는 오늘도
아무리 희미해도 상관없습니다.
현실 세계를 살다 보면 사람 자체가 싫어질 때가 있다. 고운 말을 전해도 비수의 말로 대답하는 사람. 꽃처럼 바라봐도 독처럼 비난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꼭 면도날 같다. 사건 없이 스쳐 지나간대도 남에게 상처를 입힌다.
그럴 때 시의 세계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상처 받으면 사람을 만나지 말고 시를 만나길 추천한다. 여기와는 달리 다정한 평행 세계가 있고 마치 거기 도착한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그곳에는 다정하고 섬세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상처를 주기보다 상처를 어루만지는 것이 먼저인 세상. 행복을 자랑하지 않고 침묵을 사랑하는 세상. 오래도록 바다를 바라보고 작약과 빗소리를 기다리는 세상. 이 시는 그런 세상으로 함께 떠나준다. 이 시인은 그런 세상을 같이 걸어준다. 시도 의도하지 않았고 시인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시적 경험이 가슴을 파고든다. ‘마음이 힘들 때는 시와 상담하세요.’ 약국이나 병원에 있을 법한 말을 이 시집의 앞에 크게 써놓으면 좋겠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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