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골프가 꼭 유리한 건 아니다. 버디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지만 작은 실수 하나로 한꺼번에 많은 타수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데뷔 첫해인 202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선수 중 가장 많은 버디(336개)를 기록한 고지우가 한동안 자신의 ‘공격 골프’를 의심한 이유다.
한때 더 잘 치려는 욕심에 자신의 스타일을 내려놓기도 했던 고지우가 올 시즌 더 강력한 공격 골프로 돌아왔다. 무작정 핀만 보고 쏘는 게 아니라 코스 매니지먼트를 신경 쓰다 보니 우승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고, 그토록 우승을 바라던 대회에서 끝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사흘간 단 한 번도 리더보드 상단을 놓치지 않은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라 기쁨이 배가됐다.
◇더 강력해진 ‘버디 폭격’
고지우가 올해 목표인 다승왕을 향한 첫 단추를 잘 끼웠다. 그는 29일 강원 평창 버치힐CC(파72)에서 끝난 KLPGA투어 맥콜·모나 용평 오픈(총상금 10억원)에서 최종 합계 23언더파 193타로 우승했다.
마지막 날 무섭게 추격해온 유현조(21언더파 195타)를 2타 차로 따돌린 고지우는 올 시즌 첫 승이자 지난해 7월 하이원리조트 오픈 이후 11개월 만에 통산 3승째를 거뒀다. 우승 상금 1억8000만원을 더해 상금 랭킹은 4위(5억478만원)가 됐다. 대상 포인트 순위도 4위(255점)다.
고지우는 ‘버디 폭격기’로 불린다. 데뷔 첫해 전체 버디 수에서 유해란과 함께 1위를 차지하면서다. 라운드당 버디 개수에서도 윤이나(3.91개)에 이어 2위(3.77개)를 기록할 만큼 버디를 많이 잡는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2년 전 이 대회에선 공격 골프를 앞세워 생애 첫 승을 올렸다.
그러나 고지우는 만족하지 못했다. 컨디션이 좋은 날엔 무섭게 버디를 몰아쳤으나 샷이 흔들린 날엔 보기 등 타수를 잃는 경우가 많았다. 첫 우승을 한 2023시즌에도 커트 탈락 횟수는 12차례나 됐다. 꾸준하지 못한 자신에게 실망한 고지우는 결국 핀만 보고 쏘는 자신의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변화의 결과는 실패였다.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린 고지우는 지난 시즌 출전한 30개 대회 중 단 네 차례만 톱10에 들었다. 1승을 추가하긴 했으나 실망감은 그전보다 더했다. “장점을 잃어버린 시즌”이라고 작년을 돌아본 고지우는 올 시즌 공격적인 스타일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고지우의 공격 골프는 올해 더 강력해졌다. 공격 골프에 코스를 읽는 능력이 더해지니 매 대회 우승 경쟁을 하는 선수로 거듭났다. 앞서 참가한 12개 대회에서 준우승 한 번 포함 톱10에 7차례나 이름을 올린 그는 올 시즌 13번째 출전 대회에서 끝내 정상에 섰다.
우승 확정 후 감격의 눈물을 쏟은 고지우는 “2년 전 생애 첫 승의 기억이 있는 곳이었기에 우승 욕심이 더 났다”며 “이번 우승을 발판 삼아 다승왕을 향해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쏟아진 최저타 기록
이번 대회는 상대적으로 쉬운 코스 세팅 덕에 많은 기록이 쏟아졌다. 첫날 버디 9개와 보기 1개를 묶어 8타를 줄인 고지우는 전날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10개를 몰아쳤다. 10언더파 62타는 개인 최저타 기록이자 대회 코스레코드다. 이번 대회에서 김민별과 유현조도 각각 2, 3라운드에서 10언더파를 쳤다.
고지우는 앞선 1~2라운드에서 18언더파 126타를 쳐 역대 KLPGA투어 36홀 최저타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2018년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1~2라운드에서 조정민의 17언더파 127타였다.
고지우는 이날 최종 3라운드에서도 5타를 줄여 역대 54홀 최저타 타이 기록을 세웠다. 조정민이 2018년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54홀 최저타 기록을 작성했다.
평창=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