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한국 업체 줍줍하는 텐센트의 '게임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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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13 17:35 수정2025.06.13 17:35 지면A25

한국인들이 중국의 정보기술(IT) 수준이 급성장했음을 체감한 것은 2023년 4월쯤이었을 것이다.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 로보락이 2022년 기준 한국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면서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중국 업체가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삼성과 LG를, 그것도 안방에서 제쳤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가격이 싼 것도 아니었다. 결국 이 제품은 뛰어난 성능과 디자인을 앞세워 지난해 세계 1위에 올랐다.

[천자칼럼] 한국 업체 줍줍하는 텐센트의 '게임 공정'

중국의 첨단 기술과 테크기업을 의미하는 레드테크의 부상은 다른 분야에서도 이어졌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중국의 CATL과 BYD는 2021년 한국의 빅3(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점유율을 처음으로 넘어선 뒤 올 1분기엔 53.7% 대 18.7%로 격차를 3배로 벌렸다. BYD는 올해 1분기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5%로 12%에 그친 테슬라를 넘어섰다.

올 1월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도 있었다. 중국 딥시크가 오픈AI의 챗GPT와 성능은 비슷하면서 개발비용은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생성형 AI(딥시크 R1)를 내놓은 것이다. 메모리반도체에선 올 1분기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D램 세계 4위,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가 낸드플래시 세계 6위에 올라섰다.

레드테크는 알리, 테무 등처럼 직접 진출하는 방식과 함께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을 장악하려는 시도도 펼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텐센트가 일본 시장에 상장한 한국 게임업체 넥슨의 지분을 150억달러(약 20조원)에 인수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김정주 회장 유족들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넥슨의 지주사 NXC는 이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텐센트는 이미 한국 게임업체 지분을 대거 취득했으며 넷마블, 크래프톤, 시프트업 등에선 2대주주에 올라서 있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 일각에선 텐센트의 넥슨 인수 시도를 ‘게임 공정’으로 부르기도 한다. 생각할수록 무서운 일이다. 레드테크의 M&A 공습에 유족들의 상속세 물납으로 2년 전 NXC 2대주주가 된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박준동 논설위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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