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얼굴경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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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얼굴경제 시대

얼굴은 한 인간의 정체성을 함축한다. 타인과 구별되는 가장 확실한 기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류는 얼굴을 그림이나 조각으로 남겨 신분을 증명하고 역사를 기록했다. 얼굴 생김새로 운명을 예측하는 관상학은 동서양을 막론한다.

기계를 통한 얼굴 인식의 역사는 1960년대 시작됐다. 미국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인 우드로 블레소의 수동 측정 방식이다. 이목구비의 거리를 분석하는 방식인데 점차 기술이 발전했다. 변곡점은 인공지능(AI)의 등장이다. AI 딥러닝 알고리즘은 3차원(3D) 스캐닝으로 추출해 암호화한 얼굴 데이터 수백만 건을 학습해 사람의 눈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특징까지 찾아낸다. 눈 깜빡임과 미묘한 근육 움직임을 분석하고, 일란성 쌍둥이도 구분할 정도다.

세계 최고 수준의 얼굴 인식 기술을 보유한 중국은 일상생활에 빠르게 적용해 ‘신분증 없는 사회’를 앞당기고 있다. 보안과 치안 영역에 머물지 않고 비행기 기차 등을 탈 때 얼굴만으로 신분을 확인하고, 쇼핑할 때 얼굴로 결제한다. 노인돌봄센터에선 고령자 얼굴 표면의 미세한 혈류 변화를 감지해 빈혈 위험과 혈중 산소 농도, 수면 상태 등 50여 개 건강 지표를 측정한다고 한다. 얼굴과 기술을 결합한 ‘페이스테크’를 넘어 ‘얼굴 경제’ 시대를 열고 있다.

중국은 ‘톈왕(天網)’으로 불리는 AI 카메라 기반의 국가 감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쌓은 인구 14억 명의 실증 데이터가 기술 발전을 가능케 했다. 중국 전역에 설치된 CCTV는 10억 대가 넘는다.

AI 시대를 맞아 페이스테크 영토는 확장되고 있다. 얼굴 인식을 넘어 표정 등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도 중요해졌다. 사용자의 표정과 음성을 분석해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홈 AI 에이전트가 대표적이다.

얼굴 경제 시대는 이미 막이 올랐다. 다만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는 과제로 남았다. 생체 정보는 유출되면 신원 도용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 고도화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다.

양준영 논설위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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