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들 간 긴장과 갈등은 피하기 힘든 운명이다. 서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붙어살고 있어서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1973년까지 네 차례 전쟁(중동전쟁)이 터진 건 이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미국 등 서방의 도움으로 전쟁에서 승리하고 영토를 확장했지만 1970년대 중반부터 국면이 바뀌었다. 이라크가 핵무기 개발을 시작한 것이다. 이라크가 프랑스로부터 연구용 원자로까지 들여오자 이스라엘로선 큰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스라엘은 1981년 6월 이라크의 원자로를 공습해 대부분 파괴시켰다. 이스라엘 총리였던 메나헴 베긴은 공습 직후 중동 지역에서 어떤 적대국도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특히 선제 공격을 가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베긴 독트린이다. 이스라엘은 2007년 9월엔 전투기를 출격시켜 시리아의 핵 원자로도 파괴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전투기 200여 대를 동원해 이란 핵시설과 군사시설에 폭격을 가한 것 역시 베긴 독트린이 적용된 사례다. 도널드 트럼프 2기가 들어선 이후 지난 4월부터 미국과 이란이 다섯 차례 핵 협상을 벌였지만 진척이 없자 이스라엘이 군사 작전을 감행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동시에 드론 공격을 감행해 이란 군부 최고 지도자두 명과 핵 과학자들을 저격했다. 이들은 대부분 자택에서 잠을 자다가 피습됐다. 이스라엘으로선 기습 성공이고 이란으로선 재앙이었다.
공격에 사용된 드론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이란 안에서 띄워졌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다. 모사드는 수년간 이란의 주요 인사들의 일거수일투족 정보를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몇 달 전엔 이란에 드론을 밀반입시켜 기습을 준비했다. 이와 함께 미리 특공대와 정밀 유도무기를 이란에 잠입시켜 지대공 미사일 기지를 공격,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휘젓고 다닐 수 있도록 했다.
반면 한국 정보기관 국가정보원은 정보원 명단이 새나가고 국군정보사령부는 블랙요원 명단이 유출돼 지난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모사드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박준동 논설위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