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법정에 선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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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23 17:49 수정2025.05.23 17:49 지면A23

[천자칼럼] 법정에 선 알고리즘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워크데이는 2021년 집단 소송에 휘말렸다. 이 회사의 채용 플랫폼을 이용하는 기업 80여 곳에 취업을 시도했다가 고배를 마신 구직자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흑인과 장애인, 고령자 등 특정 집단을 차별하는 알고리즘으로 차별적 불이익을 당했다는 주장에서다.

요즘 플랫폼 이용자들은 ‘알고리즘 신(神)’이란 용어를 쓴다. 알고리즘 선별 망에 걸려 플랫폼 첫 화면에 소개되면 상품이나 서비스 매출이 수백 배 뛸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는 의미다. 위력에 비례해 불만도 커졌다. 플랫폼 기업이 악의적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심이 소송전으로 비화한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각국의 경쟁 당국도 독점적 시장 지위를 가진 플랫폼 기업을 들여다볼 때 알고리즘부터 살펴본다.

공정위는 2020년 네이버가 쇼핑과 동영상 검색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자사 상품과 서비스를 상단에 노출했다며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네이버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네이버가 알고리즘으로 경쟁사에 불이익을 준 점을 인정한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과징금 불복 소송에선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공정위는 이 회사가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 택시에 콜을 몰아줬다는 이유로 2023년 27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법원은 그제 가맹 택시에 어느 정도의 우선권을 준 것만으로 공정한 경쟁을 제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과징금 취소를 결정했다.

법원의 판결이 그때그때 다른 것은 알고리즘의 실체 파악이 쉽지 않아서다. 주요 플랫폼 기업은 알고리즘을 영업비밀로 분류한다. 외부 전문가들이 단시간에 작동 원리를 파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알고리즘이 항상 일정한 결과를 내놓는 것도 아니다. 사용자 데이터가 조금만 바뀌면 결과물이 달라진다. 특정 사용자가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론 플랫폼 기업이 의도를 가지고 알고리즘을 조작했음을 증명하기 어려운 구조다. 난해한 알고리즘 소송 급증에 판사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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