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머스크 신당의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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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06 18:00 수정2025.07.06 18:00 지면A35

[천자칼럼] 머스크 신당의 앞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급기야 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법안(OBBBA)이 의회를 통과하자 공언한 대로 신당 창당 계획을 발표했다. 당명은 아메리카당. 머스크는 내년 중간선거에 후보를 내 공화·민주 양당 체제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대 미국 정치사에서 기업인과 제3지대의 성공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머스크 신당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20세기 이후 미국 대통령 중 창업 기업인 출신은 두 명뿐이다. 지금의 트럼프와 31대 대통령 허버트 후버다. 후버는 스탠퍼드대 개교(1891년) 입학생으로 지질학을 공부한 뒤 광산 개발자로 큰돈을 벌었다. 그러나 경제인답지 않게 그의 재임 시절(1929~1933)은 대공황의 오욕으로 점철된 기간이었다. 영어에는 후버를 비하한 은어가 꽤 있다. 후버 블랭킷(담요)은 노숙자가 덮고 자는 쪼가리 신문, 후버 빌(마을)은 판자촌, 후버 레더(가죽)는 구두 밑창의 구멍을 덮는 데 사용하는 판지를 뜻한다.

록펠러 가문의 넬슨 록펠러는 1960년, 1964년, 1968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모두 낙선했다. 닉슨 사퇴에 따른 포드 행정부 시절 부통령에 지명됐으나 청문회부터 공세에 시달려 유명무실한 임기를 보냈다.

미국 대선에서 제3지대 후보로 출마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사람은 1912년 선거 때 시어도어 루스벨트다. 이미 1901~1909년 대통령을 지낸 그는 재출마에 나섰으나 공화당 경선에서 탈락하자 3당 후보로 나와,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장본인인 윌리엄 하워드 대통령을 제치고 우드로 윌슨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1992년 아버지 부시와 빌 클린턴 간 대결에서 18.9% 득표율로 돌풍을 일으킨 로스 페로는 정작 선거인단은 한 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잘 아는 대로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으로, 미국 출생자만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헌법에 따라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는 점도 핸디캡이다. 머스크가 트럼프의 최측근에서 최대 정적으로 반란을 일으킨 숨은 이유는 ‘복수’다. 그가 트럼프를 혐오하면서도 민주당에는 반감을 가진 유권자들을 어떻게 공략할지 두고 볼 일이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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