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마약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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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3.27 07:00 수정2026.03.27 07:00 지면A35

[천자칼럼] 마약왕

역사 속 마약왕은 국가 시스템에 도전한 거대 악의 상징이었다. 현대적 마약 밀매의 시초격으로 볼 수 있는 인물은 1930년대 미국 마피아 두목 러키 루치아노가 꼽힌다. 그는 미국에서 추방된 뒤 유럽과 미국을 연결하는 마약 유통망 ‘프렌치 커넥션’의 원형을 구축하기도 했다. 1970년대 동남아시아 ‘황금의 삼각지대’(골든트라이앵글)를 장악한 군벌 쿤사(본명 장치푸)는 자체 군대까지 보유하고 세계 헤로인 공급량의 절반가량을 독점하며 국제 사회를 위협했다.

마약왕으로 가장 악명 높은 인물은 콜롬비아의 파블로 에스코바르다.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는 그의 흥망성쇠를 다룬 작품으로 유명하다. 에스코바르는 1980년대 세계 코카인 시장의 80%를 장악했고, 포브스 선정 세계 부자 순위 7위에 오를 만큼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고 정치인과 법조인 등을 서슴지 않고 살해한 그는 수감 중에도 호화 교도소에서 범죄 제국을 통치했다. 막대한 자금력과 무력을 앞세워 사법 정의를 조롱하며 자신만의 성역을 구축한 것이다.

‘동남아 마약왕’으로 불리는 박왕열이 9년 만에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닉네임 ‘전세계’로 활동하며 텔레그램을 통해 국내 마약 공급망을 관리하던 그는 2016년 필리핀에서 발생한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의 주범으로 현지에서 6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잔혹한 범죄 행각은 영화 ‘범죄도시2’와 드라마 ‘카지노’의 모티브가 될 만큼 사회적 파장이 컸다.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도 판매책과 접촉해 국내에 마약을 유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송환은 범죄자 처벌에는 예외가 없다는 정부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초 필리핀 방문 당시 페르난디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에게 직접 박왕열 임시 인도를 요청해 9년간 정체됐던 송환 절차를 3주 만에 매듭지었다. 이 대통령은 “대한국민을 해치는 자는 지구 끝까지 추적해서라도 반드시 잡는다”고 X(옛 트위터)에 썼다.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자도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운다는 원칙이 마약 사범에게 경종을 울리길 바란다.

안정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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