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6월 7~9일, 중국의 항공모함 랴오닝함과 산둥함 선단이 일본의 동쪽 끝 미나미토리시마 주변의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훈련하는 모습이 일본 해상자위대에 포착됐다. 일본 측으로부터 이 사실을 통보받은 미군이 발칵 뒤집혔다. 지금까지 중국 해군의 태평양 훈련 중 가장 먼 바다였다.
중국 항모 두 척이 동시에 훈련을 펼친 서태평양 해역은 제2 도련선을 넘어선 곳이다. 2016년 랴오닝함이 제1 도련선을 돌파한 지 9년 만에 제2 도련선마저 뚫린 것이다. 섬을 이은 사슬을 뜻하는 도련(島鏈)선은 1951년 존 덜레스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해 설정한 해상 방어 전략 개념이었는데, 중국 입장에선 1982년 해군사령관 류화칭이 근해 적극 방위전략으로 제시하면서 태평양 진출의 단계적 목표가 됐다.
제1 도련선은 오키나와(사세보 미군기지)-대만-필리핀-믈라카 해협(영국 셈바왕 해군기지)을, 제2 도련선은 요코스카-괌-사이판 등의 미군 해군기지로 이어진다. 2020년까지 제2 도련선의 제해권을 장악하고, 2040년에는 알류샨 열도-하와이-뉴질랜드로 연결되는 제3 도련선까지 진출해 미국과 태평양을 양분하겠다는 게 중국의 전략적 목표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첨예한 지정학적 위치는 도련선에서 여실히 입증된다. 이미 중국 본토와 제1 도련선 사이에 들어와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을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섬이나 고정된 항공모함 같다”고 한 것이나, 미 해병대 고위 장교가 “(한국이) 제1 도련선의 이상적 닻이 될 수 있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대형 호위함 두 척을 개조해 사실상의 경항공모함으로 운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본의 항모 보유는 2차 대전 이후 80년 만이다. 미군의 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B를 실전 배치했다.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일들이다. 동북아 안보의 초점은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에 맞춰져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23일 한·일 정상회담, 25일 한·미 정상회담에 국제적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