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닌텐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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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12 17:30 수정2025.06.12 17:30 지면A35

[천자칼럼] 닌텐도의 힘

‘슈퍼마리오’ ‘모여봐요 동물의 숲’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는 원래 화투 회사였다. 1889년 교토에 세워진 화투 상점 ‘닌텐도골패’가 이 회사의 전신이다. 닌텐도는 1977년 게임 분야에 뛰어들었고, 1980년대 카트리지 교환식 가정용 게임기(콘솔) ‘패미콤’을 앞세워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때 57시간 만에 구조된 열 살 소년의 첫마디가 “패미콤을 하고 싶어요”였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그 후에도 전신을 움직이며 즐기는 ‘위’, 휴대가 간편한 ‘스위치’ 등 혁신적인 콘솔을 지속해서 선보였다. 닌텐도가 2017년 출시한 스위치 첫 번째 모델은 전 세계에서 1억2500만 대가 팔렸다.

한국도 연간 수출액이 11조원에 달하는 게임 강국이지만 일본에 비할 바 아니다. 일본의 게임 수출액은 160조원이 넘는다. 콘솔과 게임 콘텐츠 시장 모두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콘솔 시장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압도적인 수준이다.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로 유명한 소니와 닌텐도가 세계 시장의 85%를 양분하고 있다. ‘엑스박스’를 밀고 있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점유율은 15%에 불과하다.

콘솔 업체들의 실적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게임이 재미없다고 콘솔을 바꾸지는 않는다. 신작의 흥행 여부에 따라 실적이 ‘모 아니면 도’로 갈리는 게임 콘텐츠 시장과 구분된다. 수익성도 좋은 편이다. 닌텐도의 영업이익률(2024년)은 글로벌 제조업체 최상위권인 31.7%에 이른다.

닌텐도가 8년 만에 출시한 콘솔 신제품 ‘스위치2’가 나흘 만에 350만 대 팔려나가며, 이 회사 하드웨어 판매액 신기록을 경신했다는 소식이다. 전작보다 50% 비싼 가격(미국 기준 449달러99센트)에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콘솔 가격이 최대 30%가량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 미국 소비자들이 앞다퉈 스위치2를 사들였다. “관세가 붙으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닌텐도의 ‘배짱 장사’ 전략이 먹혀든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으름장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일본 게임업계의 자신감이 놀랍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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