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노보 노디스크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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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18 17:38 수정2025.04.18 17:38 지면A23

[천자칼럼] 노보 노디스크의 추락

블록 완구 레고, 음향 브랜드 뱅앤올룹슨, 해운회사 머스크. 모두 덴마크가 자랑하는 세계적 기업이다. 그러나 그 어떤 회사보다 덴마크인들이 자부심을 느끼게 한 회사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생산하는 노보노디스크다.

이 회사의 주가가 역사적 고점을 기록한 지난해 6월, 시가총액은 6337억달러로 덴마크 국내총생산(GDP, 4071억달러)보다 훨씬 높았다. 프랑스의 명품기업 LVMH와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을 제치고 유럽 시가총액 정상에 올랐다. 공장을 연중무휴 24시간 풀가동해도 주문량을 못 맞추자 수요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TV 광고도 끊었다. 덴마크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매출의 60%가 북미 시장에서 나오는데, 벌어들인 달러 상당 부분을 덴마크 통화 크로네로 환전하다 보니 크로네 통화 가치 상승 압력이 커져 덴마크 중앙은행이 환율 유지를 위해 저금리 정책을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 노보노디스크가 수난을 겪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은 2840억달러로 고점 대비 절반 아래다. 유럽 시가총액 순위도 독일 SAP에 선두를 내줬다. 불행한 집안은 이유가 제각각이라고 하듯, 노보노디스크의 위기 원인도 복합적이다.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약가 인하를 추진하는 정치적 리스크, 공공보험 적용 제한 같은 시장 환경 요인까지 겹쳤다.

물론 핵심은 내적 역량과 경쟁 구도에 있다. 위고비 후속 물질인 ‘카그리세마’ 임상 결과가 기대 이하로 나오자 증시에서 맹폭 당해 주가가 20% 이상 폭락하며 시총이 하루 만에 1250억달러 증발했다. 여기에 경쟁사로부터 카운터블로까지 맞았다. 지난 17일 미국 일라이릴리의 하루 한 번 먹는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 임상 성공 소식에 또다시 주가가 7% 이상 급락했다.

비만 치료제는 세계 제약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다. 암젠은 위고비의 주 1회 주사를 크게 개선한 월 1회 주사 신약을 개발 중이다. 일라이릴리가 먹는 비만약을 출시하면 낮은 원가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져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영원한 것은 ‘영원한 1등 기업은 없다’는 것뿐이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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