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에서 며칠째 이어지는 산불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하면서 각지에서 구호 성금이 밀려들고 있다. 주요 기업은 물론 개인도 기부행렬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 국민이 성금 모금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건 위기가 닥쳤을 때 한마음으로 돕는 한국 특유의 미덕이다.
달라진 것은 성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최근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주도하는 ‘디지털 기부’가 대세가 됐다. 23일부터 시작된 영남권 산불 관련 기부 캠페인의 경우 두 플랫폼을 통한 참여 인원만 100만 명이 넘는다. 어제 기준으로 이들이 낸 성금 총액은 주요 대기업 기부 총액과 엇비슷한 120억여원으로 불었다. 모금 시작 4일 만에 참여 인원과 모금액 등에서 플랫폼 기부 캠페인 신기록을 새로 썼다.
디지털 기부 문화의 일등공신은 SNS다. 한 이용자가 자신의 SNS에 기부에 참여하게 된 사연과 플랫폼이 발급한 디지털 인증서를 올려 분위기를 띄우면, 그 밑으로 ‘동참하겠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식으로 캠페인이 확산한다. 연예인 등 유명인이 움직이면 파급력이 배가 된다. 팬클럽 회원을 자처하는 이용자들이 일제히 참여 의사를 밝힌다. BTS의 팬클럽 아미(ARMY)처럼 아예 자체 기부 페이지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성금 모금 과정이 투명하고, 선택지가 많다는 점도 플랫폼을 통한 기부가 인기를 얻은 요인으로 꼽힌다. 사용자는 납부할 기관과 성금의 사용처를 직접 고를 수 있다. 산불 피해 주민을 돕고 싶은 이용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소방관 보호 장비 지원을 원하는 이용자는 전국재해구호협회 채널을 클릭하면 된다. 네이버 기준으로 산불 피해를 돕기 위한 기부 채널은 17개에 이른다. 자신이 지난 1년간 어떤 캠페인에 참여했는지, 이 중 연말정산 소득공제가 가능한 금액이 얼마인지 등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간이지만 순기능도 적지 않다. 플랫폼이 주도하는 디지털 기부 캠페인이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과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에게 힘을 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