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플라톤은 고대 아테네의 민중 중심 정치를 경계했다. 저서 <국가론(The Republic)>을 통해 대중은 감정에 휘둘리고 선동에 취약해 능력과 덕성을 갖추지 못한 인물이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다.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공직자와 정치인이 뽑히는 구조에 대한 통찰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어제 국민에게서 장·차관 등 주요 공직자 후보를 추천받겠다고 밝혔다. 1주일 동안 추천받고, 공개 검증을 거쳐 적임자로 판단되면 임명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주권정부’다운 파격적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인재풀을 넓히고, 폐쇄적인 인사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으로 읽을 수 있다. 국민의 집단지성을 모아 진영을 뛰어넘는 유능한 인사를 발탁한다면 인사의 탕평성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정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각료 인선이 늦어지는 데 따른 우려도 적지 않다. 경제·산업·외교·안보 모두 다급한 상황인데, 당장 임명해도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 하는데 지금부터 공개 추천을 받기 시작하면 어느 세월에 장·차관 인사를 마무리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TF처럼 윤석열 전 정부 인사들로 국정을 꾸려가면 된다는 생각일지 몰라도, 국정 방향이 다른 양측의 ‘어색한 동거’가 유기적으로 작동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여기에 국민 추천 과정이 자칫 인민독재적 포퓰리즘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개딸’ 등 극성 지지층이 조직적인 여론몰이에 나서 특정인에게 몰표를 던지면 업무 능력과 전문성이 뒷전으로 밀릴 수도 있다. 행정부는 입법부와 달리 관련 지식의 습득과 축적이 중요한 곳이어서 단순히 인기나 명망이 높다는 이유로 사람을 채우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자극적 언사를 앞세워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유튜버들은 경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모든 인사시스템은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 생명이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새로운 제도의 장점만 취하고 예상되는 부작용은 사전에 걸러낼 수 있도록 세부 인선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서욱진 논설위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