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中 내권화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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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中 내권화의 덫

산업혁명이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경제대국이던 중국은 왜 뒤처졌을까. 역사학자 필립 황(중국명 황쭝즈)은 1985년 <북중국에서의 농민 경제와 사회변동>이라는 책에서 ‘내권화(內卷化·involution)’라는 개념을 선보이며 그 해답을 찾고자 했다. ‘안으로 빡빡하게 말리듯 내부 경쟁에 매몰’되는 내권화는 수천 년간 중국 경제가 도약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은 ‘영원한 정체’의 덫이었다.

대규모 집약 농경 사회였던 중국은 사람이 넘쳐났다. 강력한 인구압(人口壓) 덕에 노동력의 값은 쌌다. 중국 사회는 1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게 아니라 싼 노동력을 농지에 집중 투입해 토지 단위 면적당 생산성을 높이는 길을 모색했다. 그 결과 사회 전체의 생산은 ‘조금’ 늘었지만 노동생산성과 생활 수준은 퇴보하는 결과가 빚어졌다.

끝없이 공급되는 싸구려 노동력은 개인과 기업 모두에 재앙이 됐다. 농민과 상공업자 가릴 것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일했지만, 대체 인력이 많았기에 춘권 속 내용물처럼 경쟁에 짓눌렸다. 굳이 더 발전할 필요가 없던 가내수공업은 기계를 사용한 공장제 산업화로 전환할 기회를 놓쳤다. ‘발전 없는 성장’은 중국 문화의 특색이 됐다.

인공지능(AI)과 전기차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이 또다시 ‘내권의 저주’에 휘말린 모습이다. 매출과 세계시장 점유율은 높아졌지만, 이익률은 뒷걸음질치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올해 1분기 비야디(BYD)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났고, 중국 5대 태양광 기업은 지난해 6조5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에 기댄 기업이 난립한 탓에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지적이다. 70개가 넘는 바이오기업이 같은 비만치료제를 내놓는 등 제살 깎아먹기는 도를 넘었다.

때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방문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팀 쿡 애플 CEO 등 혁신의 상징과 같은 기업인들을 대동했다. 정체를 고민하는 중국에 가장 부족한 게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드러낸 장면이 아닐까 싶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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