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콘세르트허바우오케스트라(RCO)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만든다고 한다. 폭발적인 힘(베를린필)과 전통의 품격(빈필)은 다른 악단이 가져가도, 아름다움만큼은 RCO의 몫이다.
평판과 티켓 파워는 다르다. 흥행을 좌우하는 건 스타성이다. 스타는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한다. 국내 클래식계에선 조성진, 임윤찬이 그랬다. 그리고 다음은 클라우스 메켈레다.
메켈레는 29세의 핀란드 출신 지휘자다. 무대 위 존재감과 장악력이 뛰어나다. 훤칠한 외모와 과감한 지휘로 단원은 물론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해석은 냉철하고 결과는 우아하다. 젊은 만큼 변화에 과감하다. 공연마다 다른 매력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메켈레는 클래식계 아이돌이다. 세계 최정상 악단이 줄줄이 러브콜을 보내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다. 그는 오슬로필과 파리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으며, RCO 수석지휘자로 내정돼 있다. 11월 방한하는 메켈레와 RCO의 조합은 예상보다 강력했다. “처음 보는 조합” “최고의 악단과 스타 지휘자의 만남”이라는 기대가 ‘피케팅’을 불렀다. 3회 공연 가운데 5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9일 부산콘서트홀 공연은 2분 만에 매진됐다. 6일 롯데콘서트홀 공연은 1분 만에 동났다. 이제 남은 건 취소표를 기다리는 ‘취케팅’뿐이다.
2023년 RCO가 내한해 국내 팬에게 보여준 검증된 소리도 한몫했다. 1~2명이 아니라 수십 명의 단원이 이동하는 오케스트라 공연임에도 티켓 가격이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힘을 보탰다. 젊어진 국내 클래식 관객의 취향도 딱 맞아떨어졌다. 6월 파리오케스트라와 내한한 메켈레가 임윤찬과 보여준 무대는 이번 RCO 메켈레 흥행의 바로미터였다. 그 공연의 예매자 67.4%가 10~40대였다. 한국 관객은 세계에서 가장 젊은 클래식 청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MZ세대가 LP와 빈티지 오디오를 즐기고, 동호회에서 음악을 논한다.
지난 6월 개관한 부산콘서트홀 공연 매진은 또 다른 긍정적인 신호다. 세계 최고 연주를 향한 갈증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조민선 문화부 기자 sw75j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