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쇼크' 제대로 못본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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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William A. Galston WSJ 칼럼니스트

'차이나 쇼크' 제대로 못본 트럼프

다음 세대가 21세기 역사를 기록할 때 2001년 두 개 날짜에 주목할 것이다. 첫 번째는 9월 11일로, 미국의 피와 재물, 관심을 낭비하면서 20년에 걸친 전쟁을 촉발한 9·11 테러다. 두 번째는 12월 11일로, 중국이 많은 미국 근로자, 기업 등에 재앙을 초래하게 만든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일이다. 2001년부터 2007년 사이 미국은 1720만 개 제조업 일자리 중 20%에 해당하는 340만 개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경기 침체로 220만 개 제조업 일자리가 추가로 사라졌다. 현재 미국에선 사라진 제조업 일자리의 5분의 1 수준만 회복했다. 이것이 바로 ‘차이나 쇼크’며,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집권할 수 있도록 포퓰리즘 반란을 촉발하는 데 일조했다.

美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진 이유

미국 공장이 쇠퇴한 건 자유무역이 아니라 중국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제조업 일자리 파괴 이유로 중국과 생산성 향상 기술을 두고 논쟁을 벌인다. 2001~2010년 제조업의 생산성이 크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조업 일자리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던 1991~2000년에도 생산성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두 기간 가장 큰 차이점은 중국이다. 일각에선 무역 장벽을 낮추고 캐나다, 멕시코, 미국 경제를 통합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1994년)이 차이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2000년 말까지 제조업 일자리는 약 30만 개 증가했다. 물론 일부 생산이 미국에서 이전됐지만 제조업 성장도 기여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뒤 제조업 일자리는 급격히 감소했다. 오히려 NAFTA로 1994~2000년 제조업 임금은 인플레이션보다 더 빠르게 증가해 실질 소득이 늘었다. 따라서 북미 경제통합을 제조업 탓으로 돌리는 건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이웃 국가에 대한 공격은 말이 되지 않는다. 막대한 비용과 혼란, 공급망 붕괴, 신뢰 상실이란 대가를 치르면서 얻는 이익도 없는 ‘자해 행위’다.

글로벌 무역 전쟁은 잘못된 전략

미 제조업의 쇠퇴는 국가 안보에도 영향을 미친다. 팬데믹 기간 알게 됐지만 미국은 의약품과 기타 필수 의료용품을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이 잃어버린 조선 능력을 되찾지 않고선 급성장하는 중국 해군에 보조를 맞출 수 없다. 소련 붕괴 이후 미국 방위산업 기반은 위험할 정도로 약화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글로벌 무역 전쟁이 아니라 다른 정책이 필요하다. 전기톱은 정부를 개혁하는 것만큼 국제 경제 질서를 재편하는 데 적절한 도구가 아니다.

전 세계 우방을 적대시하는 건 중국과의 비대칭 관계를 해결하는 데 잘못된 전략이 될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국민 구매력과 사회적 혜택을 억제하면서 수출에 보조금을 지급해 중국 제품이 다른 선진국에서 생산된 제품보다 가격이 낮아지도록 했다. 중국은 인위적으로 증가한 수출 판매 이익을 선호 산업과 신기술에 직접 투자하고, 군사력 증강에 쓰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탈출구를 차단하려면 협력이 필요하다. 미국이 무역 적자를 보는 국가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해선 안 된다. 비즈니스 리더들이 트럼프 정부 정책이 경기 침체와 정부 부채에 대한 신뢰 약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설득하길 바랄 뿐이다.

원제 ‘Trump Misunderstands the ‘China Sh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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