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한 좀비 사이에서 '험한 것'이 나왔다…영화 '28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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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후' 시리즈 18년 만의 신작…섬에 고립돼 사는 생존자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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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8년 후' 속 한 장면

[소니픽쳐스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어디를 응시하는지 알 수 없는 눈동자와 먹잇감을 향해 힘없이 뻗는 팔, 그르렁거리는 기이한 소리, 다리를 질질 끌듯 걷는 느린 걸음걸이.

인간의 살과 피를 탐하는 괴물 '좀비'를 떠올릴 때 흔히 연상되는 이미지다. 현대 좀비 영화의 시초격인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을 비롯한 여러 콘텐츠에서도 대개 이런 모습으로 좀비를 묘사했다.

대니 보일 감독의 영국 영화 '28일 후'(2002) 속 좀비들은 달랐다. 좀비에게 물린 지 몇 초 만에 감염된 이들은 피를 토하며 인간들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제아무리 젊은 남자라 해도 떼로 달려오는 좀비들의 공격을 막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고 관객에게 더 큰 공포감을 안겼다.

이 영화는 이후 좀비 영화의 판도를 바꿨다. '새벽의 저주'(2004), '월드 워 Z'(2013) 등 할리우드 영화뿐만 아니라 '부산행'(2016) 같은 한국 작품들도 '뛰는 좀비'를 내세워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원조 영화에 대한 팬들의 갈증은 커져만 갔다. '28일 후'의 속편 '28주 후'(2007)가 나온 뒤 20년 가까이 3편 제작 소식이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28개월 후'라는 제목의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소문만 무성했을 뿐 실제로 성사되지는 않아 팬들의 마음을 애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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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8년 후' 속 한 장면

[소니픽쳐스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화답하듯 보일 감독은 1편에서 협업한 각본가 앨릭스 갈런드와 23년 만에 다시 손잡고 3편 '28년 후'를 내놨다. 2편 '28주 후' 이후 무려 18년 만에 선보이는 새 속편이다. 인간을 좀비로 만드는 분노 바이러스가 창궐한 직후를 그린 '28일 후'에서의 일이 벌어진 지 28년이 지난 때를 배경으로 한다.

재앙으로 문명이 거의 붕괴한 때가 시점인 만큼 영화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물 성격을 띤다. 유럽 국가들은 영국을 재건하기를 포기하고 해상을 봉쇄한 상태다. 생존자들은 마을을 일궈 일을 분담하고, 좀비를 제압하는 법을 터득해 공유하며 살아간다.

주인공인 12살 소년 스파이키(알피 윌리엄스 분) 역시 작은 섬마을에 살며 아버지 제이미(애런 테일러-존슨)에게서 활쏘기를 배운다. 아들이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 제이미가 스파이키를 데리고 섬을 나가 본토로 향하면서 영화는 본격 시작된다.

28년간 진화를 거친 좀비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했다. 그중에서도 '알파'라 불리는 좀비는 발견 즉시 도망가야 하는 경계 대상 1호다. 무리를 이끄는 그는 어마어마한 힘으로 머리를 뽑는 방식으로 인간을 사냥하고 이를 다른 좀비들에게 나눠주며 우두머리로 군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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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8년 후' 속 한 장면

[소니픽쳐스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스파이키와 제이미가 알파에게 쫓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반부는 숨 쉬는 것을 잊을 정도로 긴장감 넘친다. 예고편 공개 때부터 화제가 된 광기 서린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와 빠른 화면 전환, 각종 전쟁 영상을 중간중간 삽입한 현란한 편집 덕에 생생한 악몽을 꾸는 것 같다.

수평이 맞지 않는 구도는 무슨 일이 곧 벌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을 극대화한다. 여기에 핸드헬드(카메라를 손에 들고 촬영하는 것) 기법이 주는 리얼리티와 거친 질감의 영상미가 어우러져 숨 막히는 공포를 선사한다. 특히 정강이까지 오는 바닷물을 해치고 섬으로 뛰어가는 부자를 알파가 추격하는 시퀀스가 압권이다.

스파이키가 어머니 아일라(조디 코머)의 병을 치료하려 켈슨 박사(레이프 파인스)를 찾아 나서는 후반부부터는 분위기가 확 바뀐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알파의 존재가 관객 앞에 또렷하게 드러나면서다.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영화 '파묘'에서 이른바 '험한 것'이라 불리는 일본 귀신이 정체를 드러낸 순간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귀신의 적나라한 묘사로 미스터리함이 반감돼 호불호가 갈린 것처럼 '28년 후' 역시 막바지로 갈수록 관객의 반응은 엇갈릴 것 같다. 켈슨 박사의 등장 이후에는 서스펜스보다는 컬트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집중한 탓에 전반부에서 팽팽하게 유지되던 긴장의 끈이 풀릴 수 있다. 일부 설정과 스토리는 한국 관객에게 이른바 '신파'로 다가갈 수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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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픽쳐스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이 작품이 '28년 후' 트릴로지(3부작) 중 1부작인 만큼 다음 편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까진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새로운 캐릭터들이 합류한 2부는 촬영을 마치고 내년 개봉을 앞뒀다.

2부의 끝부분에서는 '28일 후' 주인공 짐 역의 킬리언 머피가 등장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트릴로지 프로젝트의 총괄 프로듀서도 겸했다. 보일 감독은 지난 18일 한국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킬리언 머피는 '28일 후'와 '28년 후'를 잇는 연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개봉. 115분.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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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8년 후' 속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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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mb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19일 06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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