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는 지난달 27일 주애가 저격소총을 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달 11일에는 주애가 권총을 쏘는 장면이, 20일엔 심지어 전차를 운전하는 모습까지 공개됐다. 아버지 손을 잡고 다니던 어린 소녀는 어느새 만능 여전사 이미지로 바뀌고 있다. 앞으로 주애가 기관총을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지는 모습이 공개돼도 놀랍진 않다.
하지만 그의 나이 불과 13세. 중량이 수십 t인 전차를 운전하고 저격소총을 쏘는 모습은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전쟁사를 살펴봐도 13세 소녀 저격병은 본 기억이 없다. 강제로 10대들을 반군에 끌고 가는 아프리카 내전 국가들에서도 저격소총을 든 13세 소녀는 보지 못했다.
김주애의 단독 사진이 북한 매체에 실린 것도 지난달 27일 저격소총을 쏘는 사진이 최초였다. 저격소총이 발사되는 순간 13세 소녀의 어깨는 반동을 감당하지 못해 뒤로 확 밀려났다.이렇게까지 무리하면서 김정은은 왜 총을 쏘는 딸의 모습을 북한 인민에게 각인시키고 싶었던 것일까. 무슨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것일까.
일반적으로 총은 권력을 의미하지만 북한은 여기에 좀 더 특별한 의미를 붙인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은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주석이 1927년에 했다고 알려졌지만, 북한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총대정신’ ‘총대철학’이란 논리를 개발했다. 총대철학은 “혁명은 총대에 의해 개척되고 전진하며 완성된다”는 게 핵심이다. 북한에서 지도자의 총은 권력을 의미한다. 이를 자식에게 넘겨주는 의식은 권력까지 넘긴다는, 이른바 ‘총대 서사’가 완성되는 과정이다.김정은은 총을 쥔 딸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후계자가 주애임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을까.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12일 주애가 “후계 내정 단계에 들어간 걸로 판단한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김정은에게 13세밖에 되지 않는 어린 딸을 후계자로 내세워야 할 절박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건강에 자신이 있다면 자식이 좀 더 큰 다음에 가업을 잇게 하는 것이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상식이다.
주애가 후계자라면 김정은에게 아들은 없단 말인가. 국정원은 2017년 2월에 이설주가 출산했다고 밝혔다. 그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있다. 2018년 2월부터 이설주의 호칭이 갑자기 바뀌었다. 그 이전까지는 북한 매체에 ‘이설주 동지’라고 나왔지만, 이때부터는 ‘이설주 여사’가 등장한다.북한 역사를 1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여사는 단 네 명만 존재한다.
첫 번째 여사는 김일성을 낳은 강반석이다. 강반석은 항일투쟁에 뛰어드는 아들에게 권총 두 자루를 넘겨 주었다고 북한은 선전한다. 낳은 아들에게 총까지 물려준, 총대 서사의 시작이다.
두 번째 여사는 김정일을 낳은 김정숙이다. 김정숙이 사망할 때 김정일의 나이는 7세. 그래서인지 김정일이 어머니에게서 총을 물려받았다는 선전은 없었는데 갑자기 5년 전, 김정숙이 군복 차림의 어린 김정은에게 권총을 물려주는 그림이 등장했다. 총대 서사의 계승을 위한 조작이 진행된 것이다.
세 번째 여사는 김일성의 후처 김성애다. 그는 평일과 영일이란 두 아들을 낳았다. 김성애가 여사로 호칭된 시기는, 그가 권력을 휘두르던 1970년대에 한정된다. 김정일이 권력을 잡은 뒤 그의 존재는 지워졌다.앞선 세 여사는 김 씨 가문 대를 잇고 ‘혁명 위업을 계승’하게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이설주는? 주애를 낳고서도 5년 동안 동지라고 불렸는데, 2017년 아이를 낳고 1년 뒤에 여사로 호칭이 바뀌었음은 아들을 낳았다는 의미일까. 2018년의 이설주는 김정은을 남편이라 스스럼없이 부르며 그가 담배를 끊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대를 이은 여성의 당당함처럼 느껴졌다.
이설주가 아들을 낳았다면 그 아이는 올해 9세. 김주애가 처음 등장했을 때 나이다. 김정은에게 아들이 있다면, 총대 서사를 입혀 가는 김주애는 무슨 용도일까.
여전히 정답은 모른다. 다만 총대 서사로 세뇌된 북한 주민들은 가죽코트 입고 총을 쏘는 소녀의 모습에서 차기 ‘여왕’을 떠올릴 것이다. 김주애는 여왕이 될 수 있을까. 물론 누구도 그것까지 목도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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