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월드트레이드센터 자이텍스 글로벌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중앙 무대에선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팔을 들고 군무를 추고, 그 뒤편에선 물류 박스를 옮기는 자율형 로봇들이 움직였다. 관람객들은 “인공지능(AI)이 이제는 단순히 말하는 것을 넘어 실생활 속에서 본격 활용되기 시작했다”며 탄성을 자아냈다.
올해 행사장에서 첫선을 보인 피지컬 AI 트랙의 주인공은 단연 중국이었다. ‘항저우의 6소룡’으로도 불리는 로봇 기업 유니트리, 딥로보틱스부터 신흥 로봇 스타트업 갈봇 등 피지컬 AI 기업들이 일제히 부스를 열었다.
이 중 갈봇의 2m 남짓한 AI 로봇(사진)은 좁은 공간의 물류 패널 앞으로 다가서더니, 한 손으로 박스를 비켜 세우고 다른 손으로 섬세히 집어 옮겼다. 1m가량 떨어진 선반에 하나의 박스를 옮기는 데 걸린 시간은 20초 남짓. 로봇이 자체 AI 알고리즘으로 관절의 각도·속도·균형을 계산해 최적의 경로를 스스로 찾아낸 결과다. 현장 관계자는 “임베디드 AI 기술을 적용해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사람의 개입 없이 결정을 내린다”며 “물류·헬스케어·서비스산업 등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행사 개최국인 UAE도 AI 기술 경쟁에 가세했다. 두바이 전력·수도청(DEWA), 경찰, 교통청 등 6개 공공기관은 ‘글로벌 디지털 시티’ 트랙을 공동 운영하며 국가 단위의 AI 실험장을 선보였다.
두바이 경찰은 1분 내 사고 현장에 도착하는 AI 자율드론을, 전력청은 배전망 이상을 3초 만에 감지하고 고장 구간을 자동으로 차단·우회하는 AI 기반 스마트 그리드를 공개했다. 교통청의 AI 상담봇은 시민의 불편사항을 몇 초 만에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 UAE 공공기관 관계자는 “AI는 행정의 속도, 산업 효율, 시민의 경험을 동시에 바꾸는 기술”이라며 “두바이는 이미 도시 전체가 하나의 AI 테스트베드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바이=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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