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배우 생활 20년 넘게 하면서, 부모님이 가장 좋아한 작품이었어요."
배우 엄지원이 '주말극 퀸'이 됐다. 탄탄한 내공과 긍정 에너지로 '독수리 5형제'들과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KBS 주말극 부활을 일궈냈다.
엄지원은 최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바이포엠 사옥에서 KBS 2TV 주말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종영 인터뷰를 갖고 작품을 마친 소회를 밝혔다.
![엄지원이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BM컴퍼니]](https://image.inews24.com/v1/00a5c629d8c870.jpg)
마지막 방송 전주까지 촬영을 진행하며 7개월 대장정을 마쳤다. 엄지원은 "아직까지 '정말 끝났나, 내일도 촬영이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다. 실감이 나지 앟는다"면서 "이렇게 긴 회차의 작품은 처음 해본다. 주변에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막상 하면 출연자들이 분량을 나눠 가져서 괜찮을 거야'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러다가 죽는 것 아닐까 싶었는데 잘 끝났다"고 웃었다.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는 결혼한 지 열흘 만에 남편을 떠나보내고, 맏형수로서 '독수리 술도가'의 가장 역할을 하게 된 마광숙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가족 드라마다. 방영 내내 20%의 시청률을 넘나들며 KBS 주말극의 부활을 이끌었다. 높은 인기에 당초 50부작으로 기획됐지만 높은 인기로 4회 연장됐다.
엄지원은 시청률 이야기에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시청률을 확인한다. 매일 촬영장에 갈 때 시청률이 나오는데, 시험쳤을 때 성적표가 나오는 것 같았다"면서 "그걸 열어볼 때마다 '안 나왔으면 어쩌지' 괴로운 마음이 컸다. 대본이 재미있는 회차에는 조금 더 기대하는 마음이 있더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체감 인기는 '피부'로 와닿았다. 그는 "어른들이 다 알아보는 작품이 처음이었다"며 "그동안 식당에 가도, 저를 잘 못 알아봤다. 여기에 주말극의 힘이 있나 싶었다"고 말했다.
수많은 작품에서 개성 있는 캐릭터를 소화해온 엄지원이었지만 주말극은 처음이었다. 부모님에 '효도'를 제대로 한 작품이기도 했다.
"대본을 먼저 8개 받았는데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런 사람을 잘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은 그림들이 떠올랐어요. 오래 연기를 했는데, 밝고 씩씩한 연기는 얼마 못했어요.
배우 생활을 20년 넘게 했는데 부모님이 좋아한 작품을 한 적이 없었어요. 부모님이 좋아하는 사람을 해야겠다, 배우의 딸이 줄 수 있는 선물 같은 작품이었으면 했어요.부모님은 제가 한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셨어요. '마대표 피곤하지'라고 묻고. 부모님이 재방, 3방, 4방을 했는데 (끝나면) 우울증 올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부모님 친구들도 다 좋아했다고. 그런 것에서 오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작은아씨들' 할 때도 한마디 안했는데, 이번엔 너무 재미있고 잘했다고 했어요."
배우 엄지원은 주인공 마광숙 역을 맡아 드라마의 중심축이 됐다. 마광숙은 명랑하고 쾌활하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돌직구를 날리는 성격의 인물로 술도가를 이끌었다.
"'독수리5형제'에서는 캐릭터에 대한 큰 의도를 가지지 않았어요. 오랜만에 따뜻하고 밝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가장 공을 들였던 것도 밝고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인물로 만드는 것이었어요. 8개 대본을 받고 광숙의 엉뚱함과 씩씩함과 사랑스러운 면을 발견했어요. 제가 지금까지 했던 인물 중에 제 실제 성격과 광숙의 싱크로율이 높아서, 잘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엄지원이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BM컴퍼니]](https://image.inews24.com/v1/26ef4232dcd5e6.jpg)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는 전통적 가족드라마의 틀 안에서 주체적 여성을 전면에 배치했다. 결혼 열흘 만에 남편을 사별한 기구한 운명이었지만, 술도가와 남편의 형제들을 씩씩하게 이끌었고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주도적으로 운명을 개척했다.
장르물에서 주말극으로 바뀌었지만, 여성 서사를 가졌다는 점에서는 이전의 선택과도 맞닿아있었다.
엄지원은 "저도 직업을 가진 여성이다. 일을 하고 있는 여성의 희로애락에 대해 느끼는 바가 많다"면서 "그런 이야기에 공감이 잘 된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시청자나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뻔한 '오뚜기' 캐릭터도 엄지원이 연기를 하니, 공감과 몰입력이 배가됐다. 그는 "
10일 만에 남편이 죽는다는 설정이지만, 슬픔에 잠겨있고 비통해하기보단 벌떡 일어나서 뭔가를 하는 것이 시청자들이 기분 좋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광숙은 본인의 감정에 솔직한데 그것을 표현하는 것에 거리낌 없어요. 표현할 때 상대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에게 고마운 마음을 바로바로 표현을 해요. 이런 것들이 참 예뻤어요. 나도 누군가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으면 '고마워요. 행복해요' 좀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따뜻한 사람이라 많이 배웠어요."
![엄지원이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BM컴퍼니]](https://image.inews24.com/v1/3d2107bd88d909.jpg)
15년 전 아내와 사별한 LX호텔 회장 한동석 역의 안재욱과의 로맨스를 통해 특유의 러블리한 매력도 뽐냈다.
그는 "여성 서사 작품을 많이 하다보니 남자 주인공이 있어도 우리가 아는 남녀 주인공만큼 (멜로) 분량이 많은 경우는 없었다. 제 필모 중에서 멜로가 많은 편이었다"며 "다음에도 멜로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남녀가 서로 감정을 주고 받으며 만드는 것들이 또다른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엄지원은 이번 작품을 하며 웨딩드레스 신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전 남편이었던 오장수(이필모 분)와 초반 결혼식 장면으로 드라마를 열었고, 후반부에는 한동석(안재욱 분)과 결혼하며 새출발 했다. '미모 포텐이 터졌다'는 반응에 "촬영이 너무 힘들어서 살이 많이 빠졌다"고 했다.
"처음에 작품을 시작할 때 살을 찌운 상태에서 했어요. 초반 설정에 '결혼하는 애가 관리도 안하고 살은 안 뺄거야?'라는 엄마의 대사가 있기도 하고, 토실토실한 모습이 사랑스러울 거라 생각했어요. 드라마 시작할 때는 53,4kg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50kg까지 빠졌어요. 초반엔 의도적으로 평범해 보이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기존에 도회적인 모습, 전문직의 모습을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날렵한 모습보다는 토실토실한 모습을 살리고 싶었고, 후반부에는 자연스럽게 돌아왔던 것 같아요."
그는 이번 작품을 마치며 "제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끌어냈다. 마지막 촬영 때 '광숙아 행복하게 살아라'고 인사하고 끝났다"라며 "'독수리오형제'를 하면서 엄지원이라는 배우를 조금 더 친근하게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엄지원이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BM컴퍼니]](https://image.inews24.com/v1/631131866baa0c.jpg)
엄지원은 2002년 드라마 '황금마차'로 데뷔해 '소원' '경성학교' '불량남녀' '싸인' '조작' '미씽: 사라진 여자' '작은 아씨들' '산후조리원' 등 장르를 넘나들며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는 대표적인 명품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올 초에는 뜨거운 인기를 모았던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 출연했다. 그는 애순(아이유 분) 새어머니 나민옥 역을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새겼으며, 초반 애순과 대립했지만 결국 그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모습으로 따뜻함을 선사했다.
엄지원은 "배우는 의미없게 소진되면 안된다"는 철칙을 이야기 하며 "한 두신이어도 의미가 있고 좋은 작품이면 출연한다"고 했다. 연기를 20년 넘게 하면서도 슬럼프가없다는 그는 "사랑도 너무 뜨겁게 하면 너무 싫어서 진절머리가 날 수 있는데, 너무 뜨겁게 안해서 그런지 아직은 괜찮다"고 특유의 밝은 미소를 지었다. 당분간 휴식기를 가질 생각에 함박웃음을 지은 그는 "여행을 너무 다녀오고 싶다"며 "차기작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