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3' 시리즈로 연기자 도전장을 낸 조유리가 임신, 출산, 모성애 연기를 펼친 후일담을 전했다.
조유리는 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시즌3 인터뷰에서 "아이를 안는 법도 몰랐고, 모성애라는 게 '위대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와닿게 느낀 적은 없었던 거 같다"며 "준희와 함께 저도 성장한 거 같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 시리즈는 456억원의 상금을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시즌3는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만 기훈(이정재 분)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이병헌 분),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이 그려진다.
조유리는 투자 전문 유튜브 채널 '진기명기'를 운영했던 전 남자친구 명기(임시완 분)의 투자 정보를 믿었다 거액을 잃은 준희 역을 맡았다. 시즌2에서는 임신한 몸으로 처절하게 게임을 펼쳤다면, 시즌3에서는 출산부터 육아, 모성애까지 선보이며 주요 캐릭터로 등장했다.
조유리는 쉽지 않은 캐릭터로 연기 도전을 펼쳤음에도 일각에서 불거진 호불호 반응에 "억울하거나 속상하진 않았다"며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신기하고 재밌게 봤다"면서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다음은 조유리와 일문일답.
▲ '오징어게임'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 행복하게 촬영했는데, 끝난 게 믿기지 않는다. 준희를 보내줄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즌3까지 나오니 보내줘야겠다. 나온 걸 보면서 스크리너를 앉은 자리에서 다 볼 만큼 몰입감 있게 봤다. 제 모습을 보면서도 '이런 표정도 지을 수 있구나' 하면서 봤다.
▲ 일각에선 표정 연기에 대한 말이 나왔다.
= 다 보고 애정 갖고 주신 피드백이라 감사했다. 또 그걸 양분 삼아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제 느낌으로 준희가 여러 감정을 느끼긴 어렵겠다 싶었다. 그렇게 보일 수 있겠다 싶었다. 다음에 연기할 땐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억울하거나 속상하진 않았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신기하고 재밌게 봤다.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또 다짐하게 되는 요소였다.
▲ 임산부 역할은 어땠을까. 출산 연기까지 쉽지 않았을 듯하다.
= 부담스러운 것도 있었는데, 해내지 못할까 봐 그랬다.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이라 어설퍼 보일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도 보면서 감독님이 'OK' 하신 거고. 출산 장면도 그렇게 자세하게 비칠 장면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게임이 중심이 되는 드라마니까.
▲ 출산 연기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을까.
= 출산 브이로그를 챙겨 봤다. 또 애심 선배님께도 여쭤보고. 지인 중에 얼마 전에 출산한 분이 계셔서 여쭤보고. 엄마한테도 많이 물어봤다. 경험담을 들어보니 호흡법을 배워도 출산할 땐 무아지경이라고 하더라. 내가 생각한 건 필요 없겠다 싶더라. 머리를 비우고 무아지경인 그 상태를 보여드리려 했다.
▲ 그런데도 아이돌이다 보니 출산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것에 부담은 없었나.
= 배우로서 발걸음을 떼는 것에 좋은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부담감보다는 도전한다는 생각에 임했다.
▲ 조언한 사람들 반응은 어떻던가. 아이를 바로 순산해서 현실적인 고증에 대한 반응도 나오더라.
= 엄마는 마음 아프게 봤다고 하더라. 찍느라 고생했겠다는 말을 해주셨다. 현실적인 고증에 대해선, 극적인 상황에 더 집중했던 거 같다.
▲ 준희를 연기하며 모성애에 대해 생각한 부분이 있었나.
= 모성애는 위대하다고만 생각했지, 마음으로 느끼는 건 많지 않았다. 나이가 많진 않고, 엄마에게 어리광 부리고 이런 게 더 많았다. 준희를 연기하면서 엄마의 사랑이란 게 얼마나 위대한지, 이렇게 주기만 하는 사랑이 존재하는지 그런 걸 느낀 거 같다.
▲ 모성애라는 감정을 알게 된 것과 표현은 다른 영역인데, 표현하면서 막힌 부분은 없었나.
= 아이를 안아본 적이 없어서 앉는 법부터 배웠다. 그래서 '이렇게 안아야 하는구나. 머리를 받쳐야 하는구나' 이런 걸 아예 몰랐다. '내가 생각보다 해야 할 게 많았구나' 싶었다. 그런데 아기 인형이 정말 아이랑 똑같이 생긴 거였다. 몰입에 도움이 됐다.
▲ 준희가 중간에 게임을 포기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더라.
= 그 부분도 촬영에 앞서 많이 얘길 나눴다. 너무 포기하는 거 같아 보일까 봐 연습하는 장면도 추가로 들어간 거다. 시간도 다 됐고, 어차피 죽을 거니 (기훈) 아저씨에게 의미 있는 말을 하는 데 시간을 썼다고 생각한다.
▲ 준희는 친부인 명기가 게임장에 있는데도 기훈에게 더 의지한다.
=친부가 친부 같지도 않고, 기훈은 지난 시즌 우승자라 아이를 지킬 거라 생각했다. 그런 현실적인 고민이 반영된 결과라 생각했다. 준희는 명기를 계속 지켜본다. 완전히 정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명기가 잠적을 한 거고, '싫다'고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미련이 있었을 거 같다. 그렇게 시작됐다가 명기가 챙겨주는 모습에 '믿어볼까' 했는데, 술래잡기에서 모든 신뢰가 무너진 거다.
▲ 명기 같은 남자 어떤가.
= 최악이다.(웃음) 잠수 이별, 그 설정 자체부터 최악이다. 그래도 초반에 정을 붙이는 건 '명기도 쫓기는 상황이었다' 이런 건데, 사랑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안타까움이 있었던 거 같다. 그렇게 나쁜 남자을 만난 적도 없지만, 앞으로도 절대 만나고 싶지 않다.
▲ 준희가 죽고 난 후 명기가 기훈에게 더 쓰레기 같은 발언을 한다. 기훈에게 '준희랑 그렇고 그런 사이냐'는 명기의 발언을 어떻게 봤을까.
= 정말 충격적이었다. 죽은 후엔 대본을 보지 못해 본방송을 보면서 그 뒤 내용을 알았다. 시완 오빠랑 인터뷰하면서 만나면 자꾸 '미안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왜 그렇게까지 말하나' 했는데, 마지막까지 보고, 제가 너무 충격을 받았다. '아,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싶고. 그런데 그 동시에 연기를 너무 잘해서 너무 밉지만 대단한 캐릭터다 싶기도 했다. 연기자로서 멋있었다.
▲ 준희로 보기엔 명기는 아이를 던졌을까.
= 저는 못 던졌을 거 같다. 준희를 연기한 사람으로서 그렇게 믿고 싶다.
▲ 기훈의 마지막 선택은 어떻게 봤을까.
= 정말 놀랐지만, 아이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서 '역시 사람을 잘 봤다' 싶었다. 준희는 아이의 생존만 바랐다고 생각한다.
▲ '오징어게임' 시리즈 출연 배우 중 최고의 캐릭터로 남규를 꼽았다. 이유가 있나.
= 노재원 오빠가 표현한 남규를 보면서 놀랐다. 대본에선 잔인하기만 했는데, 연기를 보니 매력이 느껴지더라. 그래서 '침착맨' 방송에서도 말했는데, 장난스럽게 대한 것도 있는데 '사랑을 했다' 장면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촬영장에서 재원 오빠랑 원지안 언니랑 이다윗 오빠랑 타노스 팀이랑 친하게 지냈다. 서로 의지가 많이 됐다.
▲ 선배 연기자들과 연기해보니 어떻던가.
= 처음엔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하고 연기했는데, 명기랑 마지막으로 대화하는 장면에선 그냥 명기랑 얘기하는 거 같았다. 촬영이 끝난 후에도 눈물이 계속 났는데, 이게 말로만 듣던 감정이 주체 안 되는 그런 거구나 싶었다. 그리고 정말 재밌다 싶으면서 '성장했구나' 싶었다.
▲ 첫 작품이 큰 작품이고 좋은 기회지만, 센 캐릭터다 보니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도 없지 않았을까 싶다.
= 첫 작품이라 오히려 그런 걱정은 없었다.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드려야지 싶었다. 아직 러브콜은 많이 없지만(웃음) 차기작이 있어서 거기서 달라진 모습도 보여드리려 한다.
▲ 준희와 본인의 싱크로율은 어떨까.
= 임신을 해봐야 알 거 같은데(웃음), 준희는 끝까지 아이를 책임지려고 했고. 게임장이 어떤 곳인지 몰랐던 거다. 알았다면 준희는 절대 참여하지 않았을 거다. 게임 초반엔 적극적으로 임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다른 캐릭터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그래서 더 감사한 마음으로 임했다. 다른 캐릭터를 사랑했던 시청자에겐 수동적으로 비칠 수 있었을 거 같다. 그렇지만 준희를 연기한 입장에선 민폐라기보단 '어쩔 수 없는 거였다'고 말하고 싶다. 그 부분이 저와 준희의 싱크로율이 있었다. 누군가 도와주는 선의를 거절하기에는 준희 상황이 안 좋았던 거 같다.
▲ '오징어게임3' 공개 후 앨범도 냈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러 타이밍을 노린 게 아니냐는 말도 있더라.
= 주목받는 타이밍에 앨범을 낼 수 있어서 좋은 거 같다. 2년 동안 팬들이 기다려주셨다. 떠나지 않고 계셔주는 게. 거기에 보답하려는 마음으로 앨범 준비를 했다. 이번 앨범에는 취향을 녹여내려고 했다.
▲ 아이즈원 멤버들 반응은 어떤가. 재결합을 기대하는 팬들도 많은데.
= 재결합은 아무런 이야기도 계획도 없다. 그렇지만 언젠가 한다면 무조건 참여하려 한다. 멤버들과 이야기는 많이 한다. 재결합에 대해선 안 묻고, '오징어게임' 잘 봤다든지, 앨범 노래 좋다든지, 이런 식으로. 단톡방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연락이 온다. 단톡방은 생일 알람이다. 특히 예나 언니 반응이 재밌었다. 자꾸 '아기 언제 낳냐'고, '몇화에 출산을 하냐'고 묻더라. 예나 언니가 '오징어게임' 합격 예지몽을 꿔 줬다. 꿈에서 제가 임신하고 울고 있었다고 하더라. 언니가 '찾아보니 이거 합격운이라는데 '오징어게임' 합격했니?'라고 연락이 오기도 했다. 다행히 언니가 연락을 준 게 기사 나기 하루 전이라 '맞다'고 했다.
▲ '오징어게임' 공개 이후로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
= 다양한 연령대가 알아봐 주신다. 이전엔 아이돌 활동을 하니 10대, 20대 위주로만 알아보셨다. 그런데 '오징어게임' 공개 후 더 높은 연령대 분들도 알아봐 주신다. 그게 정말 신기했다. '이게 '오징어게임' 힘이구나' 싶었다.
▲ 앞으로 연기를 계속할 계획인가.
= 연기나 아이돌이나 다 힘들지만, 연기를 하면서 재미를 많이 느꼈다.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는 것들, 또 도전하고 시도하는 것을 저도 몰랐는데, 많이 좋아했더라. 일단 정해진 작품을 하고. 또 연극의 매력을 알게 됐다. 애심 선배님이 연극을 많이 하시는데, 그것처럼 다양한 무대에서 연기를 하고 싶어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