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진의 AI시대 스토리노믹스] 〈3〉디렉터가 된 창작자들:무엇을 버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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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진 前 스토리위즈 대표 남이 스쿼트하는 걸 아무리 봐도 내 근육은 1g도 안 붙는다. 내 발로 뛰고 내 몸으로 무게를 견뎌야 한다. 다만 아무렇게나 뛰면 안 되고, 내 몸에 맞는 기구를 고르고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처음부터 무거운 걸 들면 다치고, 너무 가벼운 걸 들면 시간만 흐른다. 헬스장에 가장 오래 다니는 사람이 가장 좋은 코치를 만난 사람이 아니라, 가장 정직하게 자기 무게를 마주한 사람이다. 창작도 똑같다. 다만 방향이 다르다. 몸은 내가 뛰어야 커지지만, 창작은 내가 고르지 않아도 완제품처럼 나온다. 그래서 착각하기 쉽다. 언젠가 인공지능(AI)이 내 자리를 빼앗지 않을까 불안해하면서 도움은 받되 티는 내기 싫다고 갈등하는 분들이 많다. 필요한 건 외면도 맹신도 아니라 관점을 바꾸는 일이다. AI는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가 아니라, 내 체력을 키워주는 러닝머신이고 지치지 않는 코치다. 코치는 대신 뛰어주지 않는다. 계속 곁에 있어 주되, 마지막 한 걸음은 언제나 내가 뗀다. 이 차이를 숫자로 보여준 실험이 있다. 창작 현장에서도 매일 눈으로 보는 장면을, 학교라는 통제된 환경에서 숫자로 확인시켜준 사례다. 2024년 와튼스쿨 연구진이 튀르키예 고등학생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수학 문제를 푸는 데 세 그룹으로 나눠서, 첫 그룹은 GPT-4에 자유롭게 묻게 하고 둘째 그룹은 답을 주지 않고 힌트만 주도록 설계된 GPT를 쓰게 했다. 셋째 그룹은 교과서와 노트만 썼다. 연습할 때는 AI를 쓴 쪽이 압도했다. 자유롭게 쓴 그룹이 48% 좋았고, 힌트만 받은 그룹은 127% 좋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AI를 많이 쓸수록 좋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AI를 치우고 시험을 보자 결과가 뒤집혔다. 자유롭게 쓴 그룹이 아무것도 안 쓴 그룹보다 17% 낮았다. 연습에서 가장 화려했던 그룹이 시험에서 가장 낮은 성적을 받은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세 번째 숫자다. 힌트만 받은 그룹은 시험에서 통제군과 비슷했다. 나빠지지 않았다. AI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했느냐가 문제였다. 답을 주는 도구는 실력을 갉아먹었고, 묻게 만드는 도구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니 도구를 들이는 것 자체는 승부처가 아니다. 어떤 도구를, 어떤 단계에, 어떻게 두느냐가 승부처다. 다만 힌트를 받은 쪽도 성적이 오르지는 않았다. 도구는 해를 막을 뿐이고, 근육을 키우는 건 결국 내가 드는 무게다. 내가 고민하고 의심하고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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