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결합은 필연"…돌고 돌아 15년 만에 '씨야 어게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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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야/ 사진 제공=씨야

씨야/ 사진 제공=씨야

"재결합은 필연이라고 생각해요. 씨야 어게인(SeeYa Again)에서 씨야 얼웨이즈(SeeYa Always)로 갈 수 있는 힘을 얻고 싶습니다."

2000년대 가요계를 풍미했던 '여성 보컬 그룹의 자존심' 씨야(SeeYa)가 돌아왔다. 남규리, 김연지, 이보람 세 멤버가 완전체로 뭉친 것은 무려 15년 만이다. 데뷔 20주년을 앞두고 기적처럼 다시 모인 이들은 지난 시간을 '계절을 견디는 나무'에 비유하며 한층 깊어진 감성을 예고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씨야는 15년이라는 공백이 무색할 만큼 단단했다.

재결합의 물꼬를 튼 것은 리더 남규리였다. 홀로 연기 활동과 음악 작업을 병행하던 남규리가 행사용 MR(반주 음악)을 구하기 위해 이보람에게 연락을 취한 것이 발단이 됐다. 남규리는 "사실 작년이 19주년이었다. 그때부터 재결합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해주셨고, 저희도 마음속으로는 항상 모이고 싶다는 생각을 각자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다 정말 우연한 기회에 보람이에게 전화를 하게 됐다. 행사를 가야 하는데 씨야 시절 MR을 구하는 게 너무 어렵더라. 밤 12시쯤 용기를 내서 'MR 좀 빌려줄 수 있어?'라고 물었다. 빌려주는 게 아니라 받는 건데 말이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이보람은 "언니 전화를 바로 받았다. 너무 귀엽게 MR 빌려줄 수 있냐고 물어보는데 정말 반가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사실 '슈가맨' 이후로 연락을 자주 못 하고 지냈는데, 그 기간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반가웠다. 바로 찾아서 보내주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남규리는 "보람이가 너무 고마워서 밥 먹자고 문자를 보냈는데, 다음 달에나 보자고 한 걸 보람이가 날짜를 몇 개 딱 정해서 주더라. 그렇게 만남이 성사됐고 자연스럽게 연지도 만나게 됐다. 물 흐르듯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연지는 "언니들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3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 생각이 참 많아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막상 셋이 모여 그동안 하지 못했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비어있던 공백이 오히려 애틋하게 느껴졌다. 서로의 입장을 생각할 계기가 됐고, 그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전했다.

씨야 남규리/ 사진 제공=씨야

씨야 남규리/ 사진 제공=씨야

과거 재결합 논의가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각기 다른 소속사와 현실적인 비즈니스 문제들이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남규리는 "사실 '슈가맨' 이후에도 재결합을 하려고 했었다. 당시에는 저희 셋의 의견보다 각자 소속된 회사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는 게 너무나 큰 어려움이었다"고 짚었다. 이어 "현실적이고 물리적인 문제들에 눌려있었고,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딜레이되다 보니 결국 무산됐던 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셋이 모여 이야기하다 보니 해결 방안이 생겼고 제작 프로듀서님들도 저희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 주시고 응원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이번 신곡 '그럼에도 우린'은 씨야의 황금기를 일궜던 박근태 프로듀서가 다시 참여해 씨야만의 정통 발라드 감성을 극대화했다. 녹음 과정은 그야말로 눈물바다였다. 남규리는 "가사 속에 저희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희도 이제 나이가 40줄이다. 가사 중에 '잠깐 피고 지는 꽃이 아닌 계절을 견디는 나무'라는 표현이 있는데, 그 부분에서 정말 복받쳐 올랐다. 우리가 꽃이 피는 시기를 지나 이제는 단단하게 열매를 맺는 나무로 살아가야 하는구나 싶어 감동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보람은 "각자 솔로 활동은 본가를 떠나 자취하는 것처럼 편하고 좋았지만, 씨야 녹음을 위해 다시 모이니 고향 집에 가서 엄마가 해준 따뜻한 밥을 먹는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이어 "제 앞에 언니와 연지가 노래하는 걸 듣고 그 위에 제 목소리를 얹는 순간, 형용할 수 없는 행복한 감정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김연지 역시 "솔로로 활동하다 보니 세 명의 목소리가 함께 나올 때의 감동이 그리웠다. 다시 모였을 때 여전히 화합이 잘 된다는 느낌을 받았고, 오히려 예전보다 목소리가 더 단단해지고 풍성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씨야 이보람/ 사진 제공=씨야

씨야 이보람/ 사진 제공=씨야

긴 시간만큼이나 세 멤버를 사이 오해도 있었을 터. 하지만 이들은 이제 그 모든 과정을 성숙을 위한 필수 경로였다고 회상한다. 남규리는 "살면서 오해는 항상 있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도 나이가 들었고, 미성숙했던 어린 시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어른들이 된 거다"라고 담담히 밝혔다. 그는 "이제는 거창한 말이나 교감을 나누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안다. 지나간 시간도 중요하지만, 지금 현존하는 것과 내일을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보람은 "언니가 씨야의 리더였고 저도 이후 리더를 맡아서 해보니까 이런 게 어렵다는 고충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남규리 언니도 혼자 솔로 활동하다 보니 이런 고충이 있더라.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고 배려하고 아끼게 됐다"고 전했다. 김연지는 "예전에는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들이 참 많았구나 싶더라. 이제는 조금 더 성숙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라 기뻤고, 단단해지는 화합을 보면서 '한 팀이구나 그래서 씨야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씨야는 최근의 트렌드인 숏폼 챌린지나 글로벌 시장에 대해서도 솔직한 견해를 밝혔다. 남규리는 "MZ세대들을 겨냥해 '혼문(혼을 쏙 빼놓는 문화)'을 열자고 농담처럼 이야기한다"며 "만났을 때 '케데헌(케이팝데몬헌터스)'의 원조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는데 너무 겸솔하지 못한 발언인가 싶기도 하다(웃음). 하지만 많은 분이 아시니까 씨야를 모르는 어린 친구들이 '저 누나들 케데헌이랑 비슷하다'고 평가해 준다면 좋을 것 같다. 요즘 후배들은 너무 훌륭해서 저희가 배워야 할 처지다. 부끄러워도 이겨내면서 챌린지도 해보려고 한다"고 웃어 보였다.

김연지는 "글로벌하게 나갔으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 한국적인 발라드 감성이지만 나라나 세대를 막론하고 진심은 통할 거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앨범에 영어 가사보다 한글 가사에 집중한 이유도 한글 하나하나로 표현하는 감정이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보람은 "타이틀곡 중에 영어 가사가 많은 곡이 거의 없다. 멜로디 자체도 한국인의 정서가 가미된 발라드다. 팬들이 저희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아 선공개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씨야 김연지/ 사진 제공=씨야

씨야 김연지/ 사진 제공=씨야

오는 30일, 씨야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공식 팬미팅을 개최한다. 남규리는 "150명을 초대하면서도 와주실까 걱정이 많았는데 매진 소식을 듣고 계속 확인했다. 저희에게는 150명이란 숫자가 1만 5000명보다 소중하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팬들이 저희를 맹목적으로 사랑해 주신다는 걸 느끼니 너무 감격스러웠다. 기회가 된다면 전국투어나 해외 공연도 기꺼이 가서 노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보람은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도록 매일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규리 언니가 저한테 '노래 연습 좀 같이하자'고 할 정도로 열정이 넘친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연지는 "음악적으로 참 성숙했구나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기다려주셨던 만큼 저희 음악이 마음에 와닿아서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남규리는 "기대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제가 언니이자 리더기도 하니 잘 화합해서 갈 수 있도록 조력하고, 부족한 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성과나 이런 건 하늘의 몫이다. 결과물에 있어서는 겸허히 기쁘게 감사하게 받았으면 좋겠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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