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도르트문트전 경기장 그늘도 없는데…무더운 오후 3시 킥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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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 Images via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신시내티=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도르트문트(독일)와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전은 울산 HD 선수들에게 유달리 '뜨거운 기억'으로 남을 전망이다.
불볕에 '찜통' 수준으로 달궈진 그라운드에서 뛰기 때문이다. 경기장 복판에서 싸우는 미드필더들은 작열하는 볕을 피할 길도 없다.
도르트문트전 킥오프 24시간 전인 24일 오후 3시(이하 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기온은 36도를 훌쩍 넘겼다.
킥오프 시각에 맞춰 연합뉴스 등 취재진이 방문한 F조 3차전 장소 TQL 스타디움 그라운드엔 이 열기를 피할 그늘이 거의 없었다.
그늘을 만들어주는 지붕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면적이 좁다.
관중석만 겨우 덮을 정도라 사이드라인 쪽을 빼면 그라운드 대부분 지역이 강렬한 볕에 그대로 노출됐다.
식재된 켄터키블루그래스 잔디의 생육에는 좋은 환경이지만 그 위를 직접 뛰어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가혹한 여건이다.
오전부터 따가운 햇볕을 잔뜩 머금은 잔디 그라운드가 지열을 내기 시작하면서 이글거리는 열기가 장내를 가득 채웠다.
경기 환경을 체감하려 기자가 그늘을 피해 경기장 외곽을 20여분 동안 걷자 머리가 지끈해지고, 피부가 따가워질 정도로 볕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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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이의진]
핵심 선수들은 90분이 넘게 이같이 눈살이 찌푸려지는 뙤약볕을 견뎌야 한다.
그나마 해의 고도가 낮아진 오후 4시 30분 이후에는 중원에도 지붕의 그림자가 드리웠지만 이 시점은 경기 시간으로 후반 중반 이후다.
앞서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프리카공화국)와 2차전을 여기서 치른 도르트문트는 볕이 너무 뜨거운 나머지 교체 선수들을 전반 동안 라커룸에서 대기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후반에는 벤치에 대형 우산을 마련해 볕을 최대한 가리려고 했다.
해당 경기가 킥오프한 정오 무렵 햇빛이 그라운드뿐 아니라 테크니컬 에어리어까지 덮어 벤치 선수들의 컨디션을 유지하려 조처가 필요했다는 게 도르트문트의 입장이다.
니코 코바치 도르트문트 감독은 24일 기자회견에서 "교체 선수 중 일부는 경기 내내 벤치에 두지 않을 수도 있다. 직접적으로 열기를 받지 않고 선선한 환경에 둘 수도 있다"며 또 한 번 라커룸행 지시가 내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도르트문트전이 킥오프하는 오후 3시께부터는 TQL 스타디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그늘이 생겨 일단 교체 선수들은 해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찜통더위인데도 한낮 경기가 열리는 이유는 시장성 때문이다.
FIFA는 축구가 인기 종목인 유럽의 '황금 시간대'에 이번 대회 킥오프 시간을 맞추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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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이의진]
미국 동부 지역의 오후 3시는 유럽 중부 시각으로는 오후 9시다. 전체 63경기 가운데 35경기가 현지시간으로 오후 5시 이전에 편성됐다.
어느새 1년 앞으로 다가온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적지 않은 경기의 킥오프 시간이 한낮에 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FIFA도 현재로서는 마땅한 기술적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얼음물이나 차게 젖은 수간을 되도록 많이 공급해 선수들의 열을 낮추고, 쿨링 브레이크를 매번 실시하지만 폭염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
미국, 멕시코보다 여름이 시원한 캐나다 지역으로 경기가 배정되는 행운이 없다면 폭염 속 경기력과 선수단 몸 상태를 유지할 대책을 각 대표팀이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시장 논리가 어떻든, 실제로 경기에 뛰어야 하는 선수들은 걱정이 많다.
울산 미드필더 이진현은 "매 경기 선수들이 경기장 온도 때문에 많이 힘들어한다"고 했고, 브라질 출신 공격수 에릭도 "이런 더위면 경기 강도나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폭염 속 '정오 경기'를 해봤던 도르트문트의 스웨덴 출신 풀백 다니엘 스벤손은 "내일도 매우 뜨겁고 습할 거다. 낮 12시 경기와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펠릭스 은메차는 "우리가 한 번 느껴봤는데 아주 힘든 환경이다.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경기지만 그걸 핑계 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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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al07@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25일 08시58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