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가 2주 전 대회 때 보다 훨씬 더 길어졌어요. 러프 들어갔을 때 공이 더 잠기고 꺼내기가 쉽지 않아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총상금 2000만 달러) 개막을 하루 앞둔 12일(현지시간),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프로암을 마친 뒤 임성재(27)가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전 8시 10분에 티오프해서 18홀 프로암을 마친 그는 "코스 난이도가 크게 올라갔다"면서도 "차분하게 좋은 결과를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매해 미국 LA 리비에라CC에서 열렸던 제네시스 인비테이션은 올해 LA 산불 피해의 영향으로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GC로 장소를 옮겼다. 2주 전 파머스 인슈어런스가 열린 곳으로, 1·2라운드에서 남·북코스를 번갈아치고 3·4라운드를 남코스에서 치렀다.
이번 대회는 남코스만 사용한다. 선수들로선 2주만에 같은 코스로 돌아온 셈이다.
특히 임성재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임성재는 지난달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을 공동4위로 마쳤다. 앞서 2022년에는 공동 6위, 2023년에도 공동4위를 거둬 코스와 궁합이 좋다. 그는 “좋은 기억이 있는 코스라 천천히 경기를 잘 풀어가고 싶다. 조금씩 올라가면서 2주 전에 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번 대회 1, 2라운드의 변수는 날씨다. 모두 비와 바람, 추위가 예보돼 있어 선수들에게 힘든 경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비가 오면 그린이 부드러워져서 선수들이 공을 세우는 건 수월하지만, 그만큼 페어웨이에서 공이 굴러가는 부분이 적어지다 보니 더 긴 클럽을 잡고 경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날 빗속에서 치른 프로암에서도 임성재는 "2주 전과 전혀 다른 클럽을 사용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롱아이언을 거의 잡아본 적이 없는 15번홀에서도 롱아이언을 쳤고 오늘 세컨샷을 거의 롱아이언을 잡았다. 내일도 이런 날씨라면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비와 바람, 모두 골프 선수들에게는 쉽지 않은 조건이다. 임성재는 "둘다 별로지만, 그래도 비가 더 힘들다"고 말했다. "비가 오면 닦을 것이 많아져 신경쓸 것이 늘어난다. 또 바람은 한방향으로 불지만 비가 오면 뒷바람이 불어도 공이 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공략이 복잡해진다"는 설명이다.
임성재는 이번 시즌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5개 대회 중 2개 대회에서 톱5를 기록하며 세계랭킹도 21위까지 끌어올렸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다. 그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이 워낙 큰 대회고, 시그니처 대회다 보니 할 수 있는 집중을 최대한 해서 열심히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샌디에이고=강혜원 KLPGA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