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는 겨울이 없다’는 니체… 필요한 것은 나이 뛰어넘는 童心[강용수의 철학이 필요할 때]

4 hours ago 1

철학자도 자신 나이에 따라 사유… 쇼펜하우어 철학은 청년기 산물
인생은 꽃 피고지는 사계절 닮아… 니체 “50대 이후 겨울 단정 안 돼”
나이에 걸맞은 역할 따윈 없어… ‘영원한 아이’로 살때 새 출발 가능

니체는 사람들에게 영원히 아이처럼 살 것을 제안했다. 인생의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은 자연의 계절을 닮았는데, 아이와 같다면 나이를 뛰어넘어 자유로울 수 있다. 위쪽 사진은 청춘처럼 활짝 핀 벚꽃. 아래쪽 사진은 핀란드 화가 알베르트 에델펠트의 ‘해변에서 노는 소년들’(1884년).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니체는 사람들에게 영원히 아이처럼 살 것을 제안했다. 인생의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은 자연의 계절을 닮았는데, 아이와 같다면 나이를 뛰어넘어 자유로울 수 있다. 위쪽 사진은 청춘처럼 활짝 핀 벚꽃. 아래쪽 사진은 핀란드 화가 알베르트 에델펠트의 ‘해변에서 노는 소년들’(1884년).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인생은 사계절 아닌 삼계절

‘이팔청춘’이라는 말이 있듯 우리는 인생을 나이에 따라 구분한다. 통상 10대는 열심히 공부하고, 20대는 취업을 준비하고, 30대는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할 때다. 40대와 50대는 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전성기이며 60대 이후는 사회에서 물러날 시기로 규정한다. 철학자도 예외는 아니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철학은 나이의 철학이다.”》

강용수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원

강용수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원
모든 철학자는 자신의 나이에 맞게 사유하기 때문에 철학자들이 젊을 때 썼던 글과 나중에 썼던 글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젊을 때의 철학에는 청년기의 열정과 우울함이 담겨 있다.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 철학은 바로 ‘뜨겁고 우울했던 청년기’를 반영하고 있다. 철학자도 자신의 나이를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에 젊었을 때 썼던 쇼펜하우어의 글이 나이 든 사람에겐 소구력이 떨어질 수 있다. 플라톤의 철학은 30대 중반의 나이를 반영하고 있는데,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기분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젊었을 땐 누구나 어느 정도의 자만심과 허영심을 갖고 있다. 쇼펜하우어의 염세 철학도 삶의 희망이 좌절됐을 때 느끼는 젊은이의 반항과 부정의 감정을 담고 있다. 특히 뛰어난 사람일수록 실패의 경험이 큰 아픔이 된다. 탁월한 감각으로 시, 철학, 그림, 음악 등에 재능이 있지만 남들이 알아주지 않을 때 분노를 느낀다. 다른 사람에게 존경을 요구할 정도로 지나치게 교만해질 수 있는 동시에 자신이 노력한 만큼 결과가 없을 때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여긴다. 청년들이 불행을 부르는 부정의에 크게 분노하는 일은 당연하다.

니체는 젊을 때 지나친 좌절이나 분노를 느끼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떤 젊은이는 벌써 이가 빠지고 다른 젊은이는 눈이 멀어간다는 사실’에 연민을 느껴야 한다. 젊음 자체에 큰 절망이 따른다는 것이고, 이를 깨닫는다면 우리의 연민도 더 커지게 된다. 또한 우리는 젊은이들이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는지 늘 관심을 가져야 된다. ‘젊은이들은 우리가 시작한 일을 계속 해야만 할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도중에 포기하게 된다면 현재 우리가 하는 일들이 모두 중단된다. 미래 세대가 없다면 현재 우리의 노력도 헛수고로 끝나게 된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 노련해지면 분노하는 일보다 미소를 짓는 일이 많아진다. 자신의 불운에 대해 화를 내던 사람도 젊은 시절을 아름답게 되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젊을 때의 희망과 기대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허영심에 휘둘리는 바보는 아니다.

인생은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의 자연의 사계절과 같다. 사계절을 나이에 그대로 적용해 비교하는 것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니체는 이를 어리석은 시도라고 봤다. 인생을 준비하는 최초 20년과 인생의 모든 것을 전망하고 되돌아보는 최후의 20년이 어느 계절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그사이 스무 살에서 쉰 살까지의 30년은 계절과 비교할 수 있는 유사성이 있지만, 이 또한 10년씩 단순히 나눠선 안 된다. 각자의 경험에 따라 세부적으로 나눠봐야 한다. 이 시기는 세 계절, 즉 여름, 봄, 가을에 대응한다. 청춘을 뜻하는 20대와 30대는 가장 아름다운 시절인 봄과 여름의 날씨와 비슷하다. 열정과 희망, 불안이 뒤섞여 따뜻하고 덥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시기다. 그러나 40대는 장마가 걷히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보는 인생의 가을이다. 과거에 체험한 것을 자신의 관점에서 내면화해 종합하는 수확의 시기다.

그러나 니체에게 50대 이후에 해당되는 계절은 없다. 인간의 삶에는 겨울이 없다는 뜻이다. 가끔씩 질병을 통해 겪게 되는 ‘힘들고 춥고 외롭고 절망적이며 불모의 기간을 겨울이라고 생각’만 하지 않으면 된다. 니체는 50대 이후를 희망이 전혀 없는 겨울이라고 단정 짓지 않는다.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어 보이는 세상도 죽을 정도의 추위가 아니다.

니체는 나이에 따라 인생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구분 짓는 것을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한다. “짧은 삶에서 마치 각 나이가 새로운 그 무엇을 가져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지나치게 꼼꼼하게 나이를 구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사회가 규정한 나이에 걸맞은 역할을 못 한다고 해서 ‘이번 생은 망했다(이생망)’고 원망할 필요가 없다. 20대에 취업을 못 했다고 주눅 들 필요가 없고, 50세를 갓 넘겨 퇴직했다고 기죽을 이유가 없다.

니체는 나이를 뛰어넘어 ‘영원한 아이’처럼 살 것을 제안한다. “우리는 동화와 게임이 어린 시절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근시안적인 사람들이다.” 어른이 되면 동화책을 멀리하고 놀이를 하지 않아야 된다고 단정 짓는 것은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다 큰 어른의 마음속에도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들어 있다. 딱지를 치고 팽이를 돌리고, 썰매놀이를 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다.

니체가 말한 ‘초인(超人)’은 영원히 늙지 않는 ‘어린아이’와 같다. 바닷가에서 뛰어노는 어린아이는 자유롭다. 모든 것을 ‘망각’해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으며 어떠한 죄책감도 없이 ‘순수’한 존재다. 놀이를 통해 현실을 ‘긍정’할 줄만 안다. 우리는 늙더라도 가장 소중한 동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된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늘 이팔청춘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강용수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