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차도, 그 어딘가에서 ‘바퀴 달린 냉장고’를 봤다면[이용재의 식사의 窓]

1 day ago 1

이용재 음식평론가

이용재 음식평론가
‘배구 황제’ 김연경의 hy 홍보 영상을 우연히 봤다.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애칭을 가진 프레시 매니저 체험을 하고 있었다. 그가 인도에서 헬멧을 쓴 채 전동카트(코코)를 밀거나 세워두고 판촉하는 모습에 조금 놀랐다. 바로 전날 헬멧 없이 코코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매니저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사실 매니저가 헬멧을 쓰기는커녕 가지고 있는 경우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다. 주변에 물어보니 나만 그렇지는 않았다.

코코는 2014년 12월 처음 도입됐고, 두 차례 업그레이드를 거쳐 현재는 3세대 모델이다. 도로교통법상 배기량 50cc 미만 원동기(전기 모터)를 장착한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원동기장치자전거 또는 자동차 운전면허가 필수다. 시속 8km 이상 속도를 낼 수 없고, 무엇보다 인도에서는 달릴 수 없다. 도로 주행 시 반드시 헬멧을 써야 한다.

프레시 매니저는 참으로 의미 있는 문물이다. hy의 전신 한국야쿠르트가 가정주부의 일자리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1971년 47명의 여성 매니저를 선발한 게 그 시작이다. 이후 여성들의 안정적인 일자리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특수형태근로직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근무시간도 유연하다.

프레시 매니저의 문화적 상징성은 전동카트의 등장으로 한층 더 커졌다. 무거운 손수레를 직접 끌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여론도 호의적이었다. ‘곧 기술이 발전해 매니저가 로봇을 타고 판매할 것’이라는 밈마저 돌았다. 여러모로 바람직하지만, 긍정적 분위기 속에 안전 논의는 상대적으로 묻혔다. 인도 주행 금지 및 도로 주행 시 헬멧 착용 의무도 소비자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코코는 원동기로 분류되지만 실질적으로 바퀴 달린 냉장고다. 경상용차인 다마스와 비교하면 폭은 90.5cm로 약 3분의 2 수준이고, 무게는 400kg으로 절반 수준이다. 따라서 인도에서는 덩치가 커 보행권을 침해할 수 있고, 도로에서는 반대로 덩치도 작을뿐더러 시속 8km짜리로 속도가 느려 매니저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코코를 인도에서 타는 것도 여의치 않다. 노면이 경사지고 고르지 않은 데다가 가로수까지 감안하면 안정적인 운행이 어렵다. 킥보드나 전기자전거도 보도 주행이 불법이라는 사실까지 감안해 보자.

코코의 전폭은 성인 남성 평균 어깨너비인 43cm의 두 배를 넘는다. 인도 폭이 대체로 2m 수준이니 코코 한 대가 등장하면 절반 가까이를 가로막는 셈이다. 세워만 놓아도 보행권을 침해할 수 있는데, 심지어 인도에서 달리는 모습을 본 적도 드물지 않다. 참고로 400kg의 코코가 시속 8km로 달릴 때의 운동에너지는 987.65J(줄)로, 체중 70kg인 성인이 시속 15km로 전력 질주할 때보다 1.6배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코코는 인도와 도로 어느 쪽에도 확실히 속하지 않은 채 10년 이상 운영돼 왔다. 물론 추돌방지센서, 조향보조 장치 등을 탑재하며 안전 조치를 더하고는 있지만 안전 담벼락 위를 걸으면서 본의 아니게 ‘문제 없잖느냐’는 선례를 남긴 셈이 됐다. 다른 기업들이 이를 그냥 보아 넘길 리도 만무하다. 2022년 경쟁사도 녹즙 판매를 위해 거의 같은 제원의 카트를 신선 배송에 투입했다. 바퀴 달린 냉장고가 인도와 차도 양쪽 모두에서 방황하기 전에 좀 더 세심한 안전 대책을 다각도로 고민해야 한다. 또 관련 법규도 살펴볼 때다.

이용재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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