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한강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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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서울의 남북을 가르는 한강변의 정치 지형을 묶어 '한강벨트'라고 부른다. 마포·용산·성동·광진 등 강북 지역과 영등포·동작·강동 등 한강 남쪽 지역을 아우른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는 전통적인 보수의 '텃밭'으로 별도 구분된다. 이 용어는 부동산 시장에서 먼저 등장했다. 한강 조망권에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가 더해지고,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한강변은 선호 주거지로 부상했다.

서울은 국회 의석 48석을 차지하는 최대 격전지다. 이 가운데 한강벨트는 여야 간 불꽃 승부처다. 한강벨트의 민심은 유동적이며, 선거 때마다 출렁인다. 강남 3구를 제외하고 어느 한 정당의 '아성'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역대 선거 성적표가 이를 증명한다.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휩쓸었지만, 불과 1년 뒤 2021년 보궐선거에선 단번에 뒤집혔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논란이 방아쇠를 당겼다. 이후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보수가 우위를 다졌고, 2024년 총선에선 민주당이 13석 중 10석을 탈환했다.

한강벨트의 유권자 구성은 복합적이다. 재개발과 신축 대단지를 중심으로 자산 보유층과 전문직 인구가 빠르게 유입되는 동시에, 연립·다세대 주택에 사는 세입자와 젊은 층도 두텁게 분포한다. 서로 다른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진 유권자들이 같은 선거구 내 뒤섞여 있다. 이런 구조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감도를 높인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종합부동산세, 대출 한도 같은 정책 변화가 생활 문제로 직결된다. 집값이 오르면 세입자의 주거 부담이 커지고, 세제가 강화되면 자산 보유층의 반발이 거세진다. 정책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호재, 누군가에겐 직격탄이 되는 구조다. 그래서 한강벨트에선 정당 지지보다 정책 평가가 표심을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6월 지방선거에서도 한강벨트는 최대 승부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가격 안정을 명분으로 거래 조사와 세무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는 신호에 이 지역 유권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해 대선에선 이 대통령이 한강벨트 대부분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어느 지역에서도 10% 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내지는 못했다. 경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부동산 정책 외에도 여권의 각종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평가 역시 지역 민심의 향배를 가르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앞으로도 한강벨트의 무게는 줄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이해관계가 다른 유권자들이 한 공간에 공존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지역의 표심은 어느 한 정당이 독점할 수 없는 구조다. 결국 한강벨트는 특정 정당의 기반이 아니라, 동시대의 민심 변화를 가늠하는 정치적 풍향계 역할을 할 것이다. 강물은 늘 똑같이 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가 되면 방향을 바꾼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3월13일 06시3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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