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피자와 햄버거로 세상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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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맥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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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미국 워싱턴DC 펜타곤(국방부) 주변의 피자 주문을 분석하던 누리꾼이 최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예상했다. 미군 사령부의 심야 활동으로 피자 주문이 늘어나자 군사 작전 징조를 감지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피자 주문 패턴을 통해 위기 상황을 예측하는 방식은 1980년대부터 '펜타곤 피자 지수'라는 이름으로 회자돼 왔다. 1983년 그레나다 침공 전날 밤 펜타곤의 피자 주문이 평소보다 2배로 늘었던 게 대표적 사례다. 이후 1989년 파나마 침공과 1990년 걸프전을 앞두고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고 한다.

펜타곤 피자 지수는 미 국방부의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Pizza Meter'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정부 위기 상황과 피자 주문량의 상관관계를 추적하는 비공식 지표다. X(옛 트위터)에 20만 팔로워를 보유한 '펜타곤 피자 리포트'란 계정이 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 계정은 지난 6월 13일 저녁 6시 59분 "펜타곤 인근 모든 피자 가게 주문량 급증"이란 한 줄 공지를 올렸고, 정확히 1시간 뒤 이스라엘의 테헤란 공습 뉴스가 터졌다. 1990년 8월 1일 미 중앙정보국(CIA)이 하룻밤에 21개의 피자를 주문한 직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벌어진 일화는 '펜타곤 피자 지수'를 상징하는 대표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1986년 '빅맥 지수'를 고안해 세계 경제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을 열었다. 빅맥 지수는 각국의 맥도날드 햄버거 가격을 미국 달러로 환산해 비교함으로써 실질 구매력과 환율의 과대·과소 평가 여부를 파악하는 데 쓰인다. 이 지수는 "어느 나라 화폐가 실제보다 싸거나 비싼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예컨대 2025년 1월 31일 기준 한국의 빅맥 지수는 3.99달러로 미국(5.79달러)보다 29.8% 낮아, 원화가 달러 대비 저평가 상태임을 보여준다. 한국은 이 지수에서 수십 년간 '저평가된 통화국'으로 분류돼 왔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지수가 음식을 통해 추상적 개념을 구체화한다는 데 있다. 환율이나 조직 긴장도처럼 수치로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를 음식을 활용해 쉬운 언어로 풀어낸다. "햄버거가 싸다"는 말은 화폐가치의 문제이고, "피자 주문이 많다"는 말은 긴장도의 은유적 표현이다. 이런 상징화는 복잡한 정치·경제 현상을 직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해준다. 다만 미 국방부는 "내부에 구내식당 등 다른 음식 제공처가 많아 외부 피자만으로 상황 판단은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코노미스트도 "빅맥 지수는 단순한 소비자 가격 비교일 뿐 복잡한 환율 결정요인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 한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 같은 관점은 한국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다. 빅맥 지수로 본 원화의 만성적 저평가는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제력 위축을 설명해준다. 또 정부청사 인근 배달음식 주문량이나 24시간 편의점 매출 같은 수치들은 우리만의 사회적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경제적 불안이나 정치적 긴장이 높아질 때 나타나는 소비 패턴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한다면 사회 변화의 전조를 감지할 수 있다. 음식 속에 숨은 신호를 해석하는 것은 복잡한 현대 사회를 읽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jongwo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27일 06시3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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