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권력은 분열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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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머스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권력은 필연적으로 분열의 씨앗을 품고 있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은 없기 때문이다. 주군은 공신을 필요로 하지만, 그 공신이 권력의 핵심에 가까워지면 경계하기 마련이다. 한비자는 "총애가 극에 달하면 의심이 따르고, 의심이 생기면 화가 닥친다"고 했다. 정권 창출의 동지는 종종 적으로 돌아선다. 협력과 견제는 권력 내부의 구조적 속성이자 숙명이다.

역사는 이를 증명한다. 유방은 초한전쟁에서 천하통일의 1등 공신 한신을 제거했다. 나폴레옹은 정치적 동맹자 탈레랑과 결별했고, 박정희는 5·16 쿠데타의 설계자 김종필을 정치적으로 소외시켰다. 이들 모두 주군과 2인자가 권력을 완성한 뒤 결별한 사례다. 한신은 군공이 너무 컸고, 탈레랑은 유럽 열강과 내통했으며, 김종필은 유신체제를 반대했다. 체제가 굳어지면 2인자는 더 이상 공신이 아닌 잠재적 위협으로 바뀐다. "용은 물을 끼얹은 이무기와 손잡지 않는다"는 말처럼 권력은 본질적으로 독점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관계가 파국을 맞았다. 지난해 대선에서 머스크는 트럼프를 위해 최소 1억3천200만 달러를 지원하며 전폭적으로 도왔다. 하지만 집권 후 불과 5개월여 만에 두 사람은 결별했다. 머스크가 트럼프의 감세 법안을 "역겹다"고 비판하자, 트럼프는 "머스크와 훌륭한 관계였지만 앞으로도 그럴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머스크는 또 트럼프를 "배은망덕하다"고 비난했고, 트럼프는 "머스크는 미쳤다"고 맞받았다. 급기야 머스크는 트럼프 탄핵에 동의한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트럼프와 머스크 간 관계복원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트럼프는 "머스크와 관계복원에 관심이 없다"면서 대화할 계획도 없다고 단언했다. 머스크는 당초 테슬라와 스페이스X에 유리한 정부 계약과 보조금 지원을 기대하며 정치적 투자를 감행했다. 하지만 감세 법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양자 관계가 틀어졌다. 트럼프도 향후 머스크를 배신자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머스크는 플랫폼, 우주항공, 언론 분야에서 독자적 영향력을 가진 사실상 정치인급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러한 독립적 권력을 본능적으로 경계한다. 이들의 동행은 한시적 이해관계에 기반할 수밖에 없었고, 결별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 같은 사례는 한국 정치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정권 교체기마다 동맹자 또는 핵심 참모와의 갈등이 반복된다. 윤석열 정부 초기 김종인·이준석과의 결별,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사태를 둘러싼 윤석열과의 알력, 이명박 정부에서 정두언과의 갈등이 그러했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권력 내부의 갈등 구조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권력은 부모 자식 간에도 나눌 수 없는 냉혹한 본성을 갖고 있다. 권력의 시험대는 적이 아니라, 동지와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법이다.

jongwo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09일 09시26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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