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의 인생홈런]‘폐인’에서 ‘철인’으로… 한규철 “땀 흘리자 삶이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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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까지 수영장에서 살았던 ‘수영 천재’ 한규철(왼쪽)은 40대 이후 자영업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한규철 제공

30대까지 수영장에서 살았던 ‘수영 천재’ 한규철(왼쪽)은 40대 이후 자영업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한규철 제공

이헌재 스포츠부장

이헌재 스포츠부장
한규철(45)은 박태환이 등장하기 전까지 한국 남자 수영의 1인자였다. 경기고에 다니던 1998년 호주 퍼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남자 접영 200m에서 결선에 진출했는데 이는 한국 수영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시안게임도 세 차례(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2006년 도하) 출전해 동메달을 11개나 목에 걸었다.

하지만 주변에선 그를 ‘아쉬운 선수’라고 평가했다. 실력으로는 금메달인데 동메달만 11개 수집했으니 나온 소리다. 평생 꿈이던 금메달에 도달하진 못한 그는 급격히 무너졌다. 선수 생활을 마친 후 우울감이 찾아왔다. 90kg대였던 몸무게가 120kg을 넘었다. 벌어 놓은 돈도 날려 생활고를 겪었다. 한규철은 “30대 초반에 모든 것을 잃었다. 삶의 의욕도 없었다. 죽지 못해 살았던 것 같다”라고 했다.

보다 못한 선배가 그를 다시 수영장으로 이끌었다. 어린 선수들이라도 지도해 보라는 것이었다. 역설적으로 그렇게 싫었던 운동이 다시 그를 일으켜 세웠다.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자신부터 건강해야 했다.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쑥쑥 자라는 제자들을 보는 즐거움도 컸다. 몇 년 만에 그는 ‘정상인’이 됐다.

40대 중반이 된 그는 현재 자영업자의 삶을 살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숙성 고기 전문점 대표가 그의 직함이다. 한규철은 “더 늦기 전에 수영장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아 보고 싶었다”며 “무작정 시작한 첫 가게는 폐업했지만 2023년 가을 오픈한 지금 가게는 동네 맛집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32개의 테이블이 있는 약 330㎡ 크기의 매장은 15∼18명의 직원들로 바쁘게 돌아간다. 손님이 밀려들면 그도 대표 명함을 떼고 고객 응대와 서빙을 한다. 고기 손질도 직접 한다. 한규철은 “대우받는 선수, 지도자로 살다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넓은 세상을 만나고 있다. 내 주변의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여전히 그를 지탱하는 건 운동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매장에 나가기 전까지 그는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한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러닝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가게에서 머리가 복잡한 일이 있어도 땀 날 때까지 뛰고 나면 머리가 맑아진다”라며 “불면증도 사라졌다. 역시 운동은 평생 하는 게 맞다는 걸 새삼 실감하고 있다”라고 했다.

어느덧 하프 마라톤까지 완주한 그는 조만간 풀코스도 달릴 생각이다. 내친김에 철인3종(수영, 사이클, 마라톤) 도전도 고려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수영은 그에겐 집처럼 편안한 종목이다. 한규철은 “지금처럼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 보면 또 다른 길이 열릴 수 있다. 그런 상황에 대비해서라도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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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장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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