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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의 인생홈런]태권도 ‘걸크러시’ 오혜리 “노력하니 되더라”

3 weeks ago 4

오혜리 한국체육대 교수(왼쪽)가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친 서건우를 위로하며 울먹이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오혜리 한국체육대 교수(왼쪽)가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친 서건우를 위로하며 울먹이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헌재 스포츠부장

이헌재 스포츠부장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못 딴 선수가 칭찬받는 일은 드물다. 노메달 선수의 지도자가 주목받는 일은 더더욱 없다. 오혜리 한국체육대 교수(37)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낸 몇 안 되는 사람이다. 오 교수는 지난해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에 출전한 서건우(22)의 전담 코치였다. 16강전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서건우가 패배 위기에 몰리자 오 교수는 경기장 위로 뛰어 올라가 판정 번복을 끌어냈다. 서건우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을 때는 머리를 쓰다듬었고, 4강에서 패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을 때는 눈물을 흘렸다. 때론 호랑이 같고, 때론 엄마 같은 모습에 많은 이들은 그를 ‘걸크러시’라고 불렀다.

올림픽 후 학교로 돌아온 오 교수는 “선수로 출전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왔을 땐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 파리 올림픽 후엔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웃었다.

리우 올림픽에서 그는 삼수 만에 금메달을 땄다. 당시 28세로 역대 한국 태권도 최고령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금메달을 따고도 그는 울지 않았다.

하지만 파리 올림픽에선 제자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그는 “함께 운동했던 게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울지 않았을 것이다. 미안함과 후회가 가득했다”고 했다.

오 교수는 ‘독사’였다. 새벽, 오전, 오후에 이어 야간에도 훈련을 시켰다. 다른 선수들은 일찌감치 나가떨어졌지만 서건우는 달랐다. 그는 “정말 강하고 모질게 대했다. 그런데 건우는 그 힘든 훈련이 끝난 후에도 30분 더 봐달라고 하던 선수다”라고 했다.

훈련의 하이라이트는 매주 월요일 오전 실시하는 ‘서킷 훈련’. 수십 kg짜리 원반을 이용한 근력 운동을 1분간 한 후 전속력으로 2분을 달리는 게 한 세트다. 이걸 3세트 하면 시간은 9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효과는 엄청나다. 오 교수는 “처음엔 땀이 엄청나게 흐르다가 어느 순간 땀이 멈춘다. 어지럽고 머리엔 쥐가 난다”고 했다. 이후 곧바로 사이클로 이동해 15초간 전력 질주, 45초 휴식을 10회 반복한다. 모두 합해 30분도 채 되지 않지만 근력과 심폐 지구력을 키우는 데는 그만이다.

오 교수 본인이 이 훈련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선수 시절 그는 기본 체력이 약했다. 운동 신경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광채 한국체육대 교수의 지도 아래 ‘지옥 훈련’을 이겨냈고, 결국 세계 정상에 설 수 있었다. 그는 “대학 입학 때만 해도 달리기를 하면 항상 꼴찌였다. 그런데 혹독하게 뛰다 보니 어느 순간 극복이 되더라”며 “체력이 좋아지니 기술도 따라서 좋아졌다. 나는 늦게 성공했지만 제자들은 하루빨리 성공을 맛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달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그는 열심히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오전, 오후, 야간 운동을 하고 주말에도 한 타임씩 훈련을 한다. 주 7일 훈련을 이어가는 오 교수는 “사람 좋은 선생님보다는 제자가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금메달이 아니더라도 향후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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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장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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