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후 학교로 돌아온 오 교수는 “선수로 출전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왔을 땐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 파리 올림픽 후엔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웃었다.
리우 올림픽에서 그는 삼수 만에 금메달을 땄다. 당시 28세로 역대 한국 태권도 최고령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금메달을 따고도 그는 울지 않았다.
하지만 파리 올림픽에선 제자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그는 “함께 운동했던 게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울지 않았을 것이다. 미안함과 후회가 가득했다”고 했다.오 교수는 ‘독사’였다. 새벽, 오전, 오후에 이어 야간에도 훈련을 시켰다. 다른 선수들은 일찌감치 나가떨어졌지만 서건우는 달랐다. 그는 “정말 강하고 모질게 대했다. 그런데 건우는 그 힘든 훈련이 끝난 후에도 30분 더 봐달라고 하던 선수다”라고 했다.
훈련의 하이라이트는 매주 월요일 오전 실시하는 ‘서킷 훈련’. 수십 kg짜리 원반을 이용한 근력 운동을 1분간 한 후 전속력으로 2분을 달리는 게 한 세트다. 이걸 3세트 하면 시간은 9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효과는 엄청나다. 오 교수는 “처음엔 땀이 엄청나게 흐르다가 어느 순간 땀이 멈춘다. 어지럽고 머리엔 쥐가 난다”고 했다. 이후 곧바로 사이클로 이동해 15초간 전력 질주, 45초 휴식을 10회 반복한다. 모두 합해 30분도 채 되지 않지만 근력과 심폐 지구력을 키우는 데는 그만이다.
오 교수 본인이 이 훈련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선수 시절 그는 기본 체력이 약했다. 운동 신경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광채 한국체육대 교수의 지도 아래 ‘지옥 훈련’을 이겨냈고, 결국 세계 정상에 설 수 있었다. 그는 “대학 입학 때만 해도 달리기를 하면 항상 꼴찌였다. 그런데 혹독하게 뛰다 보니 어느 순간 극복이 되더라”며 “체력이 좋아지니 기술도 따라서 좋아졌다. 나는 늦게 성공했지만 제자들은 하루빨리 성공을 맛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달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그는 열심히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오전, 오후, 야간 운동을 하고 주말에도 한 타임씩 훈련을 한다. 주 7일 훈련을 이어가는 오 교수는 “사람 좋은 선생님보다는 제자가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금메달이 아니더라도 향후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이헌재 스포츠부장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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