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주의 하늘속談]이 엔진은 어쩌다 껍데기를 잃어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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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M이 개발한 ‘오픈 팬 엔진’인 RISE 엔진. CFM 제공

CFM이 개발한 ‘오픈 팬 엔진’인 RISE 엔진. CFM 제공

이원주 산업1부 기자

이원주 산업1부 기자
우리가 타는 비행기 엔진은 날개 아래쪽에서 큰 ‘껍질’에 둘러싸인 채 돌아간다. 그런데 최근 싱가포르에서 이 ‘껍질’을 뜯어낸 엔진을 항공기에 달고 비행하는 실험이 시작됐다. 엔진 앞에 있는 선풍기 날개 모양의 ‘팬 블레이드(팬)’가 겉으로 노출된 ‘오픈 팬 엔진’이다. 이런 엔진은 왜 만들어졌고, 싱가포르에서는 왜 이런 실험을 하는 걸까.

이 엔진을 개발한 엔진 제조사 CFM은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껍질을 걷어내면서 엔진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CFM은 미국의 GE에어로스페이스와 프랑스의 사프란이 만든 합작 회사다. 보잉 737에 장착되는 엔진을 독점 공급하는 ‘엔진 명가(名家)’다.

엔진 껍질을 없애면 효율이 왜 높아질까. 팬 지름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11일 자 ‘하늘속談’에서 다룬 것처럼, 최근의 ‘터보팬 엔진’은 엔진 지름이 커질수록 연비가 좋아진다. 하지만 엔진이 지면에 닿지 않아야 하는 탓에 엔진 크기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CFM은 이런 문제를 ‘껍질(덕트)’을 없애는 것으로 해결하려 한 것이다. 껍질을 없애면 엔진을 날개 바로 아래쪽까지 바짝 끌어올릴 수 있어 그만큼 엔진 지름을 키울 수 있다. 팬이 커지면서 효율이 좋아지는 만큼 연료를 태우는 ‘연소실’ 크기를 줄여 기름도 덜 쓰게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CFM은 “연료 효율을 기존 엔진 대비 20% 이상 높일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혁신적”이라고 자랑하면서 이름도 ‘RISE 엔진’이라고 붙였다. ‘친환경 엔진의 혁명적 혁신’이란 의미의 영문 ‘Revolutionary Innovation for Sustainable Engines’의 앞 글자를 땄다.

CFM 측은 오픈 팬 엔진을 두고 “성능 테스트는 끝났으며, 이제부터는 실증 테스트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서 이 엔진을 장착한 비행기를 가동해 보면서 실제 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발견해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이 엔진이 성공적으로 운용되면 실제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첫째는 소음이다. 기존의 엔진은 엔진 껍질과 그 구조 덕에 만들어지는 공기 흐름이 소음을 크게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오픈 팬 엔진에서는 이런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물이 없다. 최악의 상황이라면 전투기 엔진 수준의 소음이 날 수도 있다. 안전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기존 엔진은 혹시 엔진 내부에서 부품이 파손되더라도 껍질이 기체 쪽으로 튈 수 있는 확률을 크게 줄여 준다. 하지만 오픈 팬 엔진에서 만약 팬이 부러져 동체를 강타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겉에서 고속으로 돌아가는 팬 때문에 공항에서 일하는 지상 조업자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여러 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런 엔진이 개발되는 이유는 그만큼 항공업계의 현재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떨어져 가는 수익성을 만회해야 하는 데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 중립(넷제로)’을 달성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오픈 팬 엔진’은 이 같은 절박함 속에서 개발된 엔진이다.

이원주 산업1부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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