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조기 발견·최소침습 수술…암치료 세계 1위 종합병원 비결이죠"

1 month ago 10

“올해 의정갈등 사태로 인력 공백이 있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암 치료 성적을 유지했다는 건 기적 같은 일입니다. 세계 10위권 병원에 국내 대학병원이 세 곳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국민들은 이미 세계적 수준의 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의미죠.”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14일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미국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최고 암병원 순위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3위에 올랐다. 1위인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와 2위인 엠디앤더슨암센터가 암 전문병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종합병원 중엔 삼성서울병원이 사실상 1위다.

그뿐만 아니다. 암 치료 분야에서 서울아산병원은 4위, 서울대병원은 8위를 차지하면서 세계 10대 병원에 국내 의료기관이 세 곳 포함됐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4곳)에 이어 가장 많은 수로 한국 병원들의 높은 진료 역량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암학회 차기 이사장으로 선출된 이 병원장은 대장암, 직장암 환자를 위한 복강경 수술법 개발에 집중해온 이 분야 세계적 권위자다. 그는 “국내 의료진들의 글로벌 연구 역량이 높아지는 데다 임상 현장에서 기본으로 꼽히는 ‘표준 치료’를 하면서도 세계 최고 생존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세계 의학계에도 한국이 저렴한 비용으로도 최고 수준의 성적을 낸다는 게 알려지면서 국내 의료기관들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고 했다. 이 병원장을 통해 세계 암 1위 종합병원 반열에 오른 삼성서울병원의 비결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삼성서울병원 제공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삼성서울병원 제공

▷위암은 물론 대장암 분야에서도 세계 1위 치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 암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이 늘었다. 내시경 인프라가 폭넓게 갖춰지면서 수술 가능한 초기 환자가 상당히 많다. 암 치료 시스템도 표준화됐다. 복강경, 로봇 등 최소침습수술 비중이 90%에 이르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더욱이 대장암 치료하는 의료진의 99%가 전문의다. 수술 성적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삼성서울병원의 다학제 진료도 인상적이다.

“내과,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항암 치료를 하는 의료진이 모두 팀으로 연결됐다. 다학제 시스템이 상당히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다만 이런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수가에 소송부담 등으로 필수 진료를 하려는 의료진이 점차 줄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런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

▷전반적인 환자 케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암 치료만 잘하는 병원이 아니다. 좋은 암병원의 첫째 조건은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를 잘하는 병원이겠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포괄적(comprehensive) 암병원이 목표다. 암 환자가 처음 병원을 찾아 의사 진료를 보기 전까지 30분 동안 노련한 간호사들이 환자 상담을 먼저 한다. 기존 검사 이력 등을 확인하고 추후 진료 받을 의료진이 어떤 성향인지까지 꼼꼼히 이야기한다. 국내에서 이런 시스템을 갖춘 병원은 삼성서울병원 뿐이다.”

▷암 치료 후 교육에도 집중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수술은 물론 첨단 재생의료, 초정밀의료 등 최신 의료 기술도 활용한다. 치료 후엔 암교육센터를 통해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최근엔 1인가구가 늘면서 이들 중 암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화재 지원을 받아 문을 연 ‘암 환자 삶의질 연구소’를 통해 이런 1인 가구 환자를 어떻게 보살펴야 할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 지난달 젊은 암 환자 사회복귀 돕는 ‘브레이브’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과거 삼성교통안전연구소를 만들어 사고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국내 교통법규를 바꾼 것처럼 암 환자 삶의 질을 높여 치료 성적도 높이기 위한 취지다. 암 치료 후 환자 스스로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항암제를 주입하는 케모포트를 어떻게 관리할지 등을 파악하도록 도와주면 추가 합병증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암 환자에게 필요한 교육도 달라지겠다.

“면역항암제가 나오면서 부상하는 게 심장 문제다. 순환기내과가 참여해 암 환자에게 특화한 심장 혈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80세 이상 노인 암 환자가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기 위해 특화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 8일부터 노인 암 환자를 위한 특화 프로세스도 구축했다. 노인 환자가 외래에 도착하면 진료, 수술, 통원까지 모든 절차와 동선을 노인에 맞도록 바꾸고 있다. 올해 12월까지 3개월 간 파일럿 운영을 한 뒤 내년 정식 시스템으로 편입하는 게 목표다.”

▷국내에선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홀했던 분야다.

“삼성서울병원의 목표는 ‘비욘드 치료’다. 암 치료에서 ‘원모어씽’을 하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암을 없애는 게 목표가 아니다. 환자의 여생을 위한 치료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그동안 병원은 의사가 판단해 치료했다. 이런 공급자 중심 치료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짜 환자들이 원하는 치료는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하고 있다. 암 예방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 이런 문화가 국내 의료계 전반으로 전파되면 거기에 삼성서울병원의 존재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 병원의 사회적 책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